"공정위, '가습기살균제 소개 기사' 부당광고 심사 안 한 것은 위헌"

헌재 "자의적 판단으로 피해자 재판청구권 침해"

입력 : 2022-09-29 오후 5:54:26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대한 허위표시·광고 여부를 심사하면서 인터넷 신문기사를 대상에서 제외한 행위는 소비자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9일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 피해자 A씨가 '공정위의 가습기 살균제 허위표시·광고 심의절차종료결정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공정위는  애경산업 등이 ‘인체무해’라는 문구를 직접 사용하도록 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했지만 제품 라벨 중에는 인체에 안전하다는 내용의 문구가 명시된 것도 존재했 뿐만 아니라, 애경산업은 ‘인체안전’을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도 있었다"고 지적하고 "무엇보다 ‘애경산업 홈크리닉 마케팅 매니저’의 설명이 동일한 내용으로 직접 인용된 부분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면 이는 애경산업이 광고 목적으로 신문사에 해당 자료를 보내 게재를 요청한 것임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표시광고법상 광고란 ‘사업자가 상품에 관한 일정한 사항을 정기간행물 등의 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거나 제시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고, 법원은 사업자가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신문기사의 형식을 취한 경우에도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면서 기자 이름이 명시된 신문기사의 형식은 표시광고법상 광고라고 보기 어렵다는 공정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공정위는 ‘인체무해’를 언급한 인터넷 신문기사가 2005년 10월 경에 집중되어 있고 이후에는 지속되지 않아 2005년경부터 5년의 처분시효가 도과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제품이 2017년 10월 경에도 판매 목적으로 진열되어 있었던 점, 일부 제품은 최근까지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열람이 가능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 점, 법원은 인터넷에 게시된 광고물의 경우 삭제될 때까지 위법상태가 계속된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소시효와 처분시효가 아직 만료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여지가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마찬가지 이유에서 공정위가 심사절차를 진행해 심의절차까지 나갔더라면 거짓·과장 광고행위로 인한 표시광고법위반죄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애경산업 등의 고발 및 이에 따른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었다"면서 "죄는 피청구인에게 전속고발권이 있어 피청구인의 고발이 없으면 공소제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정위가 표시·광고심판대상 기사를 심사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공소제기의 기회를 차단한 것은 청구인의 재판절차진술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공정위가 심판대상 기사를 심사대상에서 제외한 행위는,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조사 또는 잘못된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에 따른 자의적인 것으로서,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이 침해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환경부장관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은 A씨는 2016년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통해 허위·과장광고를 표시했다며 신고했으나 공정위는 광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심사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인터넷 기사들이 2005년 10월에 집중돼 있고 이후 지속되지 않아 5년의 처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도 댔다. 공정위는 부당표시 광고죄에 대한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때 공정위 처분으로 검찰 조사 대상에서도 빠졌다. 이에 A씨가 2016년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청사 전경. 사진=헌법재판소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기철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