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남궁훈, 취임 7개월만 불명예 퇴진…'홍은택 체제' 전환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 통감…재발 방지에 총력"
메타버스·오픈채팅 개편 등 사업, 권미진 수석부사장에 배턴 터치
'김범수 책임론'엔 "경영 복귀 계획 없어" 일축

입력 : 2022-10-19 오후 4:11:3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카오(035720)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취임 7개월 만에 불명예퇴진했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모두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에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남궁 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소위원회 위원장으로 남아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경영 복귀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카카오는 일단 '홍은택 체제' 아래에서 사태를 수습한다는 계획이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19일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카오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각자 대표로서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카카오의 쇄신과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에 끝까지 책임을 지고자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소위원회를 맡아 부족한 부분과 필요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일에만 전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남궁훈·홍은택' 투톱 체제를 다진 지 3개월 만에 다시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김범수 센터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남궁 대표는 지난해 12월 카카오게임즈 대표에서 미래이니셔티브센터 공동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카카오의 위기를 진압할 구원투수로 주목받았다. 김 센터장과 함께 카카오 공동체의 미래 10년을 준비할 재목으로 낙점된 것이다. 이후 '카카오페이 경영진 먹튀 논란'으로 당시 카카오 새 수장으로 내정된 류영준 대표가 50여일만에 낙마하자 남궁 대표는 카카오 대표로 발탁됐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궁 대표는 이날 '서비스 먹통'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했다. (사진=카카오)
 
남궁 대표는 3월 공식 취임에 앞서 카카오의 신뢰 회복을 위한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카카오의 사회적 비판과 주가 급락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했고, 카카오만의 메타버스를 구상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카카오 공동체를 둘러싼 구설은 끊이지 않았다. 한 이슈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 또 다른 문제가 고개를 들었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논란이 도화선이 돼 그룹 컨트롤타워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이끌던 홍은택 대표가 각자대표로 선임됐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 플랫폼과 서비스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홍 대표가 사업 외적인 ESG 경영을 챙기라는 것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도 초유의 서비스 장애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두 각자 대표 중 남궁 대표가 퇴진하는 것은 데이터센터 관리의 최종 책임이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의 시스템실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는 "사업을 책임지던 대표의 리에서는 매출, 영업이익 등 사업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스스로 느끼고 회사도 방향성을 잡는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했다"고 사임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시간 급속도로 성장을 하면서 해당 영역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깊어야 한다는 반성이 있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역량을 쏟는 것이 제대로 된 사과라고 판단했다"고도 부연했다. 
 
남궁 대표는 이번 사고가 "카카오뿐 아니라 IT 업계 전체의 불행"이라며 재발 방지 노력을 통해 산업 전체가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모든 항공 규정은 피로 쓰여졌다는 말이 있다"며 "비행을 하며 일어난 수많은 사고들과 사례 공유를 통해 좀 더 안전한 하늘길이 이뤄졌다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IT 산업도 이 길을 갔으면 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처절하게 반성하고 사회에 공유하는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카카오만의 메타버스와 관심사 기반의 지인 커뮤니티를 확산하는 오픈채팅 확장 사업은 차질 없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의 글로벌 확장 계획은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닌 경영진들이 모여서 방향성을 설정한 것"이라며 "현재는 서비스 기획이 완료되고 개발 일정만 남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신규 사업들이 권미진 수석 부사장 산하에서 이뤄지고 있었고 본인도 카카오에 남아 있으니 측면에서 조언하는 역할로 충분할 것이란 입장이다. 
 
한편, 카카오 공동체의 근간이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에 김범수 센터장이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카카오 측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3월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김 센터장은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입장도 "오는 24일 예정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전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김 센터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것 역시 "개인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회사와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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