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불공평·불평등의 통찰, 그리고 봉기

입력 : 2022-11-03 오전 6:00:00
“세간에 천금을 가진 부잣집 자식이 길거리에서 죽는 법은 없다고 하는데 빈말이 아니다. 무릇 보통사람들은 자기보다 열배 부자에 대해 헐뜯고, 백배가 되면 두려워하고, 천배가 되면 그의 일을 해주고, 만 배가 되면 노예가 된다. 이 것이 사물의 이치다.”
 
이는 사마천의 화식열전에 담긴 불공평·불평등에 대한 통찰이다. 덕은 없고 부정과 경멸의 말로는 진나라 폭정에 숨을 죽이고 있던 백성들의 원성과 분노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진시황이 세운 진나라의 멸망에 결정적 역할을 한 '농민 봉기'는 소작인이자 오늘날 일용직 노동자로 불릴 수 있는 진승을 빼놓을 수 없다. 농민 봉기 수장인 진승의 농민 봉기는 항우·유방의 초한전쟁부터 한제국 건설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고사성어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의 말을 빌면 예의염치라 했다. 먹고사는데 여유가 있도록 해야 도덕을 알고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예의와 염치를 차릴 수 있다 했다.
 
‘왕후장상 영유종호’ 사람의 신분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달라질 수 있다했던가. 하지만 오늘날은 도포에 갓쓰던 조선 때 보다 못한 자산불평등 시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라님들을 보면 '고육지책'은 없고 궁한 나머지 생각다 못해 짜낸 계책인 '궁여지책'만 보일 뿐이다. 짜낸 계책 일지라도 납득은커녕 영혼은 없고 무능만 더욱 후벼 파는 짝이니 고통을 감내한 희생의 전재는 오롯이 국민 몫인가.
 
권력(權力)은 복종시키거나 지배하는 힘이 아닌 세상을 잘 다스리라고 백성이 준 권력(勸力)이다. 화식열전에 세상을 가장 잘 다스리는 정치의 방법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라 했다. 또 이익을 이용해 이끌며 가르쳐 깨우치는 것이고, 백성을 가지런히 바로잡는 것이고,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다투는 것이라 했다.
 
리더십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에 배태돼 국민의 삶과 함께해야한다. 그러나 불황 타개를 위한 협치는 없고 후안무치만 질타될 뿐이다. 좌·우, 동·서 갈등은 한국 경제를 병들게 할 뿐이다.
 
이익을 이용해 이끌라 했건만 납득이 가지 않는 부자감세와 자금경색 혼란을 불러온 레고랜드 사태, 보편적 공공혜택을 등하시하는 공기업 민영화 수순, 전술핵 재배치, 안보에 발목 잡힌 경제, IRA 늦장 대응, 근본 대책이 전무한 금리·물가, 외면 받는 민생 등 각종 논란만 일렬종대로 대한민국 한 바퀴는 돌 지경이다.
 
감염병, 식량, 에너지, 전쟁, 재해 문제 등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분명하다. 정부의 존립목적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 사정도 그러하다며 탓하기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과거와 달리 시대는 급변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저성장 등 3고1저 환경은 ‘이러다 다 죽어’라는 곡소리만 새어나올 뿐이다.
 
낙수효과 등 철지난 경제 논리로 감나무 아래 누워 복합 위기의 충격파가 떨어지길 바라는 꼴이니 어찌해야할지. 민심은 곧 천심이다. 불공평·불평등만 키우는 정부의 무능은 또 다른 진승이 봉기할지 모를 일이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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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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