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 46.7% "5년 후에도 생산 인력 부족할 것"

조선·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순 인력 부족 체감도 높아
연구개발·품질관리 등 핵심 직무 전망 '판단 불가' 답변 최다

입력 : 2022-11-08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반도체와 친환경 선박 등 미래 산업 분야 기업의 절반 정도는 현재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고, 상당수는 가장 체감도가 큰 생산 직무에 대해 5년 후에도 인력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반도체·미래차·조선·바이오헬스 산업 내 기업 415개사를 대상으로 '미래 신(新)주력 산업 인력수급 상황 체감 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조선,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순으로 인력 부족 체감도가 높았다.
 
구체적으로 '매우 부족' 또는 '부족' 등 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조선이 52.2%, 반도체가 45.0%, 미래차가 43.0%, 바이오헬스가 29.0%로 조사됐다.
 
산업별로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기업에 그 이유를 조사한 결과, 조선과 반도체는 '고용 이후 잦은 이직·퇴직'이란 응답이, 미래차와 바이오헬스는 '해당 분야 경력직 지원자 부족'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지난 9월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반도체 인재 양성 협업 지원센터' 업무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연구개발·설계·디자인 △생산 △품질관리·정비 △판매·구매·영업 등 4가지 핵심 직무별 인력 부족 여부를 조사한 결과 4개 산업 모두 생산 직무의 인력 부족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은 96.6%, 미래차는 95.4% 등으로 대부분 기업이 생산 직무 인력 부족을 체감했고, 반도체는 64.5%, 바이오헬스는 55.2%로 응답했다.
 
현재 사업 구조를 유지한다고 가정해 5년 후 4가지 핵심 직무별 인력 수급 전망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반도체·조선·미래차 산업 인력 부족 기업의 상당수는 5년 후에도 생산 직무 인력 부족 현상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반도체가 46.7%, 미래차가 60.5%, 조선이 88.3% 등으로 집계됐고, 4대 산업 모두 '초과해 충원 가능'이란 답변은 없었다. 
 
이와 함께 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산업 내 기업은 생산 직무 외 핵심 직무의 5년 후 인력 수급 전망에 대해 '현시점 판단 불가'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는 4차 산업 혁명,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 속도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 5년 후 시장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에 대해 응답 기업의 42.7%가 '인력 채용 비용 지원'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기업 맞춤형 훈련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지원 확대'(28.2%), '고용 서비스 활성화'(25.5%), '특성화고 인재 양성 시스템 강화'(17.1%), '계약학과 등 산학연계를 통한 맞춤형 인재 육성'(15.7%) 등의 답변이 나왔다.
 
산업별로 보면 조선·반도체·바이오헬스는 '인력 채용 비용 지원'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미래차는 '기업 맞춤형 훈련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지원 확대'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 중 반도체는 '인력 채용 비용 지원' 다음으로 '계약학과 등 산학연계를 통한 맞춤형 인재 육성'(25.0%)', '특성화고 인재 양성 시스템 강화(23.0%)'란 답변이 많았다. 이는 상대적으로 학령기 교육 과정에서 우수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은 '인력 채용 비용 지원' 다음으로 '외국인력(E-9) 쿼터 조정'이라는 답변이 많았고, 이는 조선업 인력이 급격히 감소한 가운데 수주 시장이 불황에서 호황으로 반등해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하면서 외국인이라도 필요하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2022 조선업 채용박람회가 지난 7월14일 오후 울산 동구 라한호텔 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영태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반도체, 미래차를 비롯한 미래 신주력 산업을 선도할 인재는 우리 경제 재도약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현장 맞춤형 직업 훈련 강화와 고용 규제 완화로 현장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우수 인재 유지·정착은 물론 창의적 융합 인재 양성으로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기술의 융복합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는 인력을 공급하는 교육기관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 간의 민첩한 협력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미래 주력 산업 중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조선 등 4개 업종의 현재 인력 수요 체감도를 파악·분석해 향후 인력 정책 수립을 위한 참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됐다. 전체 응답 기업 415개사 중 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는 각각 100개사, 조선은 115개사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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