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날린 돈이 비싼 수업료가 되려면

입력 : 2022-11-11 오전 6:30:00
어느 증권사에서 ‘MZ세대가 운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유동성 폭등장을 겪고 글로벌 긴축에 고통받는 세대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운다’, ‘겪고’, ‘고통받는’이란 단어엔 연민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감정이입을 걷어내고 현실을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꼰대를 자처하겠다. MZ세대의 수많은 도전자들은 거침없이 위험한 머니파티에 뛰어들었고 그것이 쿨하고 힙한 것이라 여겼으며 안 하면 바보인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했다. 경제적 자유를 얻어 조기에 은퇴한다는 신기루 같은 ‘파이어족’을 이상향 삼아 수익률 게임에 도전했다. 주식으로 성에 차지 않아 실체도 불분명한 코인 매매에 뛰어들었다.
 
‘오징어게임’은 456억을 향한 빛나는 도전인 동시에 우승자 1명을 제외한 모두가 죽는 데스게임(Death Game)이다. 찬란한 영광 뒤엔 어두운 그림자가 따르기 마련이며, 그에 참가한다는 것은 마땅히 그림자도 감수한다는 의미인데 대부분 심적·경제적 준비는 없었던 것 같다.  
 
주식을 매수해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내 집 마련하겠다는 노력이 어떻게 ‘오징어게임’이란 말인가? 물론 아니다. 주식과 부동산은 엄연한 자산이고 재테크 수단이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대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머니게임 즉 도박이 되기도 한다. 칼로 배추를 써는 것과 사람을 베는 것은 전혀 다르다. 사람을 향한 칼도 상처를 도려내는 것과 급소를 찌르는 것은 딴 얘기다. 코인 풀베팅이, ‘영끌’이 어떻게 재테크가 될 수 있을까? 
 
이제 와 머니파티에서 돈 날린 걸 곱씹어봤자 의미없다. 지금은 상황과 처지를 객관화하고 앞날을 대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다행인 것은 지금은 꼰대가 되어 지적질하는 기자와 또래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MZ세대가 겪고 있는 상황은 X세대가 경험한 IT버블, MZ세대의 한 축인 Y세대가 조금 맛봤을 글로벌 금융위기를 쏙 빼닮았다. 원인과 과정 결과는 조금씩 다를지라도, 모두 유동성 증가→유동성 파티→거품 붕괴→수습 과정을 거쳤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주목할 것은 과거의 유동성 붕괴 직후와 당시의 자산시장이다. 
 
시장에 유동성이 가득 차오를 때 시장에서 자금을 빼 현금 싸 들고 주식시장, 부동산시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 경험을 통해 학습한 이들이다. 지금 이들은 다시 돌아올 때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한국의 지표 국가인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리는 중이고 거의 확실시된다는 경기침체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금리 전망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환율이 꺾이고 있다. 물론 아직은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지만 바람 끝이 살짝 무뎌진 걸 체감하는 사람이 한둘 늘어나고 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더 버티면 된다. 
 
계좌가 –80%인데, 영끌 때문에 대출이자 내기도 허덕이는데 또 무슨 투자냐 할 것이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비싼 수업료 낸 강의로 만들어야 한다. 주식은 도박이라며 도망갔다가 다음번 랠리 때 또 고점에 들어올 게 아니라, ‘주식을 사기에 좋은 시기는 모두가 환호할 때가 아니라 여기저기 곡소리 나는 지금 같은 때였구나’를 체득한다면 다음의 위기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런 일이 또 있을까? 장담컨대, 있다. 
 
MZ세대가 기자보다 월등히 유리한 조건은 훨씬 많은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분명히 기자보다 여러 번 그런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그때 현금 들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좋은 자산을 좋은 가격에 낚아챌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면 지금은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학습해야 한다. 자산시장이 거쳐온 과거에서, 본인의 경험에서 배우면 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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