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빈 살만 2시간 회동…'중동붐' 온다

이재용·정의선·최태원 등 재계 총수 8명 '총출동'
670조 투입 '네옴시티'…추가 수주 기대감 고조

입력 : 2022-11-17 오후 8:12:41
[뉴스토마토 조재훈·신태현 기자]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7일 오후 짧은 방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환담을 나눴다. 따라서 이날 국내 주요 기업과 사우디 간 26건의 계약 및 MOU(양해각서)가 체결된 것 외에도 향후 다양한 산업분야에 걸쳐 추가 수주나 투자협약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005380) 회장, 최태원 SK(034730) 회장, 박정원 두산(000150) 회장, 이재현 CJ(001040)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부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329180)그룹 사장, 이해욱 DL(000210) 회장 등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동했다.
 
17일 오후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차담회 참석을 위해 기업 대표들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부터)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그룹 총수들은 오후 4시 30분경부터 롯데호텔에 속속 도착했으며 이들의 차담회는 오후 7시경에 종료됐다.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은 롯데호텔에서 나온 뒤 차담회 주제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그동안 해왔던 일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와 재계 총수들의 회동에서는 '네옴시티(Neom City)' 구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홍해 인근 2만6500㎢ 부지에 미래도시를 짓는 지구상 최대 건설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70조원)에 이른다. 총 면적은 서울의 44배에 달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더 라인(직선 길이 170km 직선도시), 옥사곤(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트로제나(대규모 친환경 산악관광 단지)로 나뉘며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빈 살만 황태자 방한과 동시에 우리 기업들의 성과도 발표됐다. 먼저 현대로템은 이날 사우디 투자부와 '네옴시티' 네옴시티 내 철도 인프라 구축 관련 MOU를 체결했다. 또 사우디와 수소기관차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향후 현대로템이 사우디 고속철을 수주할 경우 국산 고속철의 첫 수출 성과가 된다. 사우디 고속철 사업 규모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차세대 에너지 분야 협력도 결정됐다. 삼성물산, 포스코, 한국전력 등 5개사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그린수소 개발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시에 39만6694㎡ 규모의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공장을 짓고 20년간 운영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65억달러(약 8조6000억원)로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연간 생산량이 120만톤에 이르는 생산단지를 구축한다. 건설 기간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다.
 
건설 분야에서는 삼성물산이 PIF와 모듈러 사업 협력 MOU를 맺었다. 삼성물산이 네옴시티에 40억달러(약 5조3000억원) 규모의 모듈러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대우건설도 사우디 건설사 알파나르와 석유·가스·석유화학 사업에서 폭넓게 협력하는 MOU를 체결했다. 코오롱글로벌은 현지 업체와 스마트팜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발 국내 대규모 투자도 이뤄졌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 자회사인 에쓰오일은 울산에 약 8조원을 투자하는 초대형 석유화학 사업 '샤힌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확정하고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국내 건설사 3곳과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에쓰오일 공장 일대에 연간 180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화학제품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건설 기간은 내년부터 2026년까지다. 앞서 에쓰오일은 2019년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때도 샤힌 프로젝트 구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빈 살만 왕세자는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에 처음 방문해 정부와 재계의 극진한 환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최한 청와대 환영 오찬에는 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 회장 등 주요 재벌그룹 총수들이 함께했다.
 
전문가들은 빈 살만 왕세자와 재계 총수들의 회동 이후에도 이같은 대규모 투자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은 네옴시티 프로젝트 추가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을 통해 네옴시티 '더 라인' 핵심구간 터널공사를 진행 중인 삼성은 추후 인공지능(AI)과 5G, IoT 기술 등을 활용한 협력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도 현대로템 외 수소, UAM, 로봇, 자율주행 등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된 협력이 점쳐진다. 한화는 태양광·UAM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은 이번 차담회에서 문화·콘텐츠 교류와 관련한 논의를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CJ ENM은 지난 6월 사우디 문화부와 문화적 교류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두산그룹은 소형모듈원전(SMR)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우디와 DL케미칼 합성유 공장 설립을 맺은 DL그룹 역시 최근 탄소저감 기술 개발 등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친환경 분야 진출도 유력시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어떤 외교적인 층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특히 재계에서 주목하는 것이 '네옴시티' 건설"이라며 "이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제 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에게 물꼬를 타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에 힘을 쏟고 있던 국내 기업들이 눈치보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부산의 최대 경쟁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네옴시티의 완공 목표도 2030년으로 엑스포 개최 시기와 겹친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와 별개로 우리 기업들의 유치 활동이 지속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향후 정부의 방향성을 예의주시해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재훈·신태현 기자 cjh1251@etomato.com·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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