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포스코 정상화 코앞…악재 뚫고 일어선다

사상 최초 전 공장 가동 중단 조치
현재 압연공장 18개 중 7개 재가동
냉천 범람에 매출 감소 규모 2조400억
고객사 맞춤 대응으로 수급 불안 해소

입력 : 2022-11-24 오후 12:24:56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포스코(005490)가 전사 역량을 포항제철소 복구에 쏟으며 연말 정상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포스코는 24일 "총 18개 압연공장 중 2022년 15개를 복구할 예정으로 현재 1열연, 1냉연 등 7개 공장이 정상 가동 중"이라며 "연내 기존 포항제철소에서 공급하던 제품을 모두 정상적으로 재공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항제철소 연내 정상화 총력전
 
포항제철소는 지난 9월6일 태풍 힌남노에 따른 냉천 범람 피해로 여의도 면적에 달하는 제품 생산 라인의 지하 암거(Culvert·길이 40㎞, 지하 8m~15m)가 완전 침수되고, 지상 1m~1.5m까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포스코는 침수에 따른 매출 감소 규모를 2조400억원으로 추산했다. 침수에 따른 3분기 영업손실은 4081억원이다. 이 가운데 생산·판매 감소에 따른 영업손실이 2221억원, 침수 피해 일회성 비용이 1860억원이다. 4분기 공장 복구 비용은 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앞서 포스코는 힌남노 상륙 1주일 전부터 자연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하고 하역 선박 피항과 시설물 결속, 침수 위험 지역 모래주머니·방수벽 설치, 배수로 정비에 나섰다.
 
특히 공장 화재와 폭발 등에 대비해 포항제철소 54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당시 공장 가동 중단으로 제철소 내 인명 피해나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모터와 변압기, 차단기 케이블 등 수만 대 전력기기의 합선·누전에 따른 대형 화재를 방지했다. 이후 포항과 광양의 명장과 전문 엔지니어들이 설비 복구에 나섰다.
 
공장 설비 구동의 핵심인 모터는 선강과 압연 전 공정에 걸쳐 약 4만4000대가 설치돼 있다. 모터의 31%가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이 가운데 73%가 복구됐다. 포스코는 신규 설비 발주를 검토했지만, 제작·설치에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해 가능한 한 직접 복구하기로 했다.
 
최대 170톤에 달하는 압연기용 메인 모터 복구작업은 EIC기술부 손병락 명장 주도로 진행 중이다. EIC기술부는 지금까지 총 47대 모터 중 33대를 자체 분해·세척·조립해 복구했다.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 3기 동시 휴풍 조치도 전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였다. 포스코는 "50년의 조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쇳물이 굳는 '냉입' 발생을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고로를 4일 만에 재가동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은 포항제철소 단독 생산 제품과 시장 수급상황을 고려해 압연공장 복구 계획을 세웠다. 수해 직후부터 매일 ‘태풍재해복구TF’와 ‘피해복구 전사 종합대응 상황반’을 운영하고 있다.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이 3고로에서 출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세계 철강 업계 협력을 구해 2열연공장 복구 기간을 앞당겼다. 2열연공장은 포항제철소가 연간 생산하는 1350만톤의 제품 중 500만톤이 통과하는 공장이다. 자동차용 고탄소강, 구동모터용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 스테인리스 고급강 등 주요 제품들이 거쳐야 한다.
 
냉천 범람으로 피해가 컸던 2열연공장은 압연기 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모터 드라이브 15대 중 11대를 교체해야 했다. 공급에는 최대 1년 넘게 걸릴 수 있었다. 이에 최 회장은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으로 함께 활동 중이던 인도 JSW의 사쟌 진달(Sajjan Jindal) 회장에게 부탁해 JSW 열연공장용으로 제작 중인 설비를 받게 됐다. 이로써 포스코는 2열연공장을 연내 가동할 수 있게 됐다.
 
국내 고객사 피해 최소화와 시장 안정 조치도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473개 고객사를 전수 조사해 수급 문제 우려가 있는 81개 고객사에 대해 해외 사업장 활용과 타 철강사 협업 공급 등 일대일 맞춤형 대응으로 수급 불안을 해소했다.
 
특히 1선재공장 압연 라인 내 추가 가이드롤을 제작·설치하는 긴급 설비 개조로 생산 제품 최대 직경을 7㎜에서 13㎜로 확대해 자동차용 볼트·너트 등에 쓰이는 CHQ 선재를 생산했다.
 
포스코는 지난 9월 말부터 원료·설비·자재 공급사 404개사를 전수 조사하고, 37개사 애로사항과 유형별 지원 방안을 도출해 조치했다. 상시적으로 제철소 복구 일정과 구매 계획도 공유하고 있다.
 
스크랩 등 수입산·국산 복수 계약 품목은 국내 공급사 물량을 우선 구매하고, 광양제철소 증산으로 추가 자재 소요 발생 시 포항제철소 공급사에 우선 발주하고 있다.
 
스테인리스 스크랩과 페로몰리는 중국향 수출을 주선하는 등 신규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납품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스테인리스 스크랩 공급사에 대해서는 스테인리스 2·3제강공장 가동 재개 전임에도 선구매를 결정했다.
 
포스코는 금리가 시중 대비 1%~2%포인트 저렴한 ‘철강ESG상생펀드’와 ‘상생협력 특별펀드’ 1707억원을 통해 현재까지 수해 피해 기업 17곳에 275억 대출을 마쳤다. 포스코는 거래금액별 한도 조건을 폐지했고, 수해 피해 기업이 펀드 신청 시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있다. (사진=연합뉴스)
 
후판가 하락 우려에 물류 파업도 부담
 
공장 정상화와 함께 남은 과제도 많다. 철강 업계와 조선 업계 간 조선향 후판가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후판가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후판가가 3분기 대비 동결 또는 소폭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7월 비상경영 선언으로 밀마진(철강 판매가에서 주원료비를 뺀 값) 하락 방어에 총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후판가 상승으로 1조원대 줄적자를 낸 조선사들은 후판가 하락으로 흑자 전환을 앞당기려 한다.
 
이 때문에 후판의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 철광석 가격은 7월1일 1톤당 120.97달러였다가 11월4일 82.42달러로 떨어졌지만 18일 96.37 달러로 반등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는 이번 가격 상승이 철광석 실물 수급이 빠듯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 중심 경기부양과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다만 철광석 가격 변동폭은 3개월마다 제품에 반영돼 실시간 등락을 따르지 않는다. 후판가 협상 이후 동절기 비수기 돌입 등 업황 대응도 과제다.
 
이날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시작한 무기한 총파업도 '발등의 불'이다. 당장 수해복구를 위한 설비와 자재 입고 제한으로 정상화에 차질이 예상된다.
 
출고 지연 피해도 걱정이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포스코의 출하 지연 물량은 포항 17만톤, 광양 13만톤으로 총 30만톤에 달했다. 포항제철소는 일부 공장 가동이 멈추기도 했다. 수십만톤에 달하는 출하 지연이 반년만에 반복될 위기에 공장 침수 복구마저 늦어질 경우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해 복구를 위한 설비자재 반입과 복구 과정상 발생하는 폐기물 반출 목적의 화물차량 입출고는 필수적으로 가능토록 화물연대에서 협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 복구에 대해서는 "이번 수해 피해 상황과 복구 과정을 면밀히 기록·분석하고, 기후 이상 현상에 대응한 최고 수준의 재난 대비 체계를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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