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 '송달' 이뤄지나…2차 교섭 앞두고 공정위까지 '압박카드'

시멘트 운송기사에 업무개시명령 송달한다는 정부
자영업자인데다 2500명 중 파업 기사 여부 가려야
소명절차로 옥석 가린다지만…법리다툼도 예상
공정당국 정조준, 사업자단체행위 잣대 적용하나

입력 : 2022-11-29 오후 5:12:16
[뉴스토마토 용윤신·김지영 기자] 정부가 파업에 나선 시멘트 운송 기사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 송달에 돌입했지만, 제대로 된 '현장 송달'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파업에 나선 기사들을 일일이 대면 확인하기도 어려운데다, 송달 회피를 위해 휴대전화를 끄거나 주소지 불문일 경우 실질적 송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30일 예정된 2차 교섭을 앞두고 사업자단체금지행위에 대해 검찰 고발 권한이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면서 압박하는 모습이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공무원, 경찰 등으로 꾸려진 76개 팀은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일제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운송업체와 거래하는 화물차주의 명단, 주소, 번호를 비롯해 운송 일지 기록 등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현행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번 정부 차원의 업무개시 명령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반발 파업 때 이후 두번째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시멘트 화물차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공무원, 경찰 등으로 꾸려진 76개 팀은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일제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사진은 멈춰선 레미콘차 모습.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시멘트 운송기사들이 대면으로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통상 송달이 불가능할 경우 행정명령 게시판 등의 공고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토부는 운송 거부 기사에 대한 파악이 이뤄지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후 거부자를 미 복귀자로 간주,  지자체에 행정처분 대상을 통보할 예정이다. 지자체는 소명절차를 거쳐서 적정한 행정처분 내리게 된다.
 
하지만 파업 대상자들 특정해 송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와 '정당한 이유'를 놓고 법리 다툼은 불가피해진다.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 당시 법적 효력이 있는 '송달'을 받지 못한 일부 의사에 대해 대법원이 파기 환송을 결정한 바 있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일반적으로 소명이 잘 안될 것"이라며 "과거 운송 사례를 비교해 볼 예정이다. 사실관계에 대한 소명이나 본인들이 증명할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측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가처분신청 인용·기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화물차주의 실질적인 피해가 없어 인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령서 송달과 관련해서는 "업체가 화물차주에게 전달하는 방법이 있다. 주소나 연락처 확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하고 있다. 공시송달 효과 측면에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30일 2차 교섭을 앞두고 화물연대와의 협상을 위한 압박 수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2차 교섭을 하루 앞둔 시점에 공정거래위원회까지 화물연대의 부당한 공동행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면서 거세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공정위 측은 "소속 사업자에 대한 운송거부 강요행위,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하는 행위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가 발견될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토부 측은 "현장 조사 과정에 운송거부에 참여하는 화물차의 번호판 확인과 추가 조사를 거쳐 해당 화물차주에게 명령서를 송달할 예정"이라며 "명령서를 회피하는 경우에는 가중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교섭의 해결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합의점이 어떤 방식일지 모르겠지만 별도 조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선 불법행위에 대한 처분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시멘트 외 다른 업종의 업무개시명령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당장 어떤 업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화물연대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이 ILO(국제노동기구)핵심협약 105호 강제근로 폐지 협약에 위반된다고 주창했다. 105호에는 '파업 참가에 대한 제재'로서 강제근로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업무개시명령이 헌법 제15조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며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철강, 자동차, 정유, 화학 분야 등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공무원, 경찰 등으로 꾸려진 76개 팀은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일제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사진은 브리핑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모습. (사진=뉴시스)
 
용윤신·김지영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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