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에 이어 철도노조도 '난항'…노·정 갈등 '심화'

'파업' 8일차 화물연대 이어 철도노조도 '초읽기'
정부, 업무개시명령·안전운임제 폐지 경고성 압박
정부 협상능력 시험대…"강경 정부만 해결책 아냐"

입력 : 2022-12-01 오후 5:47:33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파업 8일째를 맞은 화물연대노조에 이어 전국철도노동조합(코레일 노조)의 파업도 예고되면서 노·정 간 '강대강' 대치가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노동문제 전문가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정책의 방향타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1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화물연대노조 파업과 관련해 연일 강도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화물연대의 총파업과 관련해 명분·정당성 없는 집단행동에 대해 엄정 대응하지 않는다면 경제위기 극복이 불가능하다며 날을 세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서울 구로차량사업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대본에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되면 (정유분야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국무회의를 언제든 소집할 수 있다"고 강경 입장을 드러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정유업계 운송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정유 분야에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엄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내주 국무회의가 열리는 화요일이 아닌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추가로 발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일 강대강 대치로는 문제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파업 8일차째를 맞고 있지만 합의의 실마리는커녕 더욱 경색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1월 30일 진행된 화물연대와의 2차 교섭이 파행된 직후 원희룡 장관은 안전운임제 완전 폐지 가능성과 더불어 유가연동보조금 제외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화물차 노동자들의 핵심요구사안인 안전운임제는 노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규정하는 제도다. 적정수입 보장을 통해 과로, 과적, 과속운행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됐다.
 
최근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의 설문조사를 보면, 안전운임제 실시 이후 과적 경험은 11%포인트, 졸음운전 경험 비율은 21.8%포인트 개선된 바 있다.
 
시범사업 성격으로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전체 화물차 노동자 40만명 중 수출입 컨테이너, 벌크 시멘트 화물차 등 2만6000대에 적용 중이다.
 
현행 화물차 노동자들은 법상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형태종사자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도 받지 못하는데다, 하도급 문제까지 얽혀있어 교섭대상을 특정하기 어렵다. 이에 최소한의 생계보장과 안전문제 해결을 위해 안전운임제의 제도화와 범위 확대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원 장관은 "가격이라는 것은 시장 작동의 핵심 요소인데 다양한 관계자 중 일방이 입맛대로 고정하고 마음에 안 들면 중지시키는데, 이런 식의 시장구조는 어디에도 없다"며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유가연동보조금 제외 가능성 발언과 관련해 제도를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연동보조금은 화물차 노동자들의 생계 보조를 위해 경유 가격이 1700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금액의 50%를 지원하는 제도로 정부가 올해 말까지로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날 오피넷에 따르면 경유가격은 1859.63원으로 휘발유 가격(1623.9원) 보다 234.73원 높다. 화물차 노동자의 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대비한 안전정치인 셈이다.
 
1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화물연대노조 파업과 관련해 연일 강도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수출입항 모습. (사진=뉴시스)
 
문제는 화물연대에 이어 2일 예정된 철도노조 파업까지 예고되면서 노·정 간 '강대강' 대치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심만 커지고 있다.
 
철도노조 측은 임금 월 18만7000원 정액 인상, 승진포인트제를 통한 승진제 시행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레일은 기재부의 공공기관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따라 올해 인건비 인상률을 1.4%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자기 정체성과 방향을 못잡고 있는 것 같다"며 "구시대적 보수 정책이 실패했지만 새로운 방향은 제시하지 못하고 옛날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교수는 "강한 정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체성인듯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노동문제 전문가는 "법과 원칙만 강조하면서 노·정 간 '강대강' 대치는 더욱 날선 상황만 연출될 뿐"이라며 "국가 경제, 그리고 국민 경제와 밀접한 만큼, 봉합하기 위한 서로의 노력이 요구된다. 새로운 해법 마련이나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옛날 방식으로 대치로만 일괄할 경우 자칫 갈등만 커지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 조언했다.
 
1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화물연대노조 파업과 관련해 연일 강도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철도노조 파업 안내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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