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초대석①)"마찰 없는 지하철 시위…서울시가 갑자기 무정차 결정"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인터뷰
"무관심 속 죽음보다 욕이라도 낫다는 심정"
"권력 싸움 하려는 것 아냐…권리에 대한 이야기"
"이동권 21년째 요구…차별적인 관계를 바꾸자"

입력 : 2022-12-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무관심 속에 죽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욕이라도 계속 해주시는 게 낫다는 심정입니다. 그동안 (지하철) 선전전은 큰 마찰 없이 진행됐어요. 그런데 서울시에서 갑자기 무정차 결정을 하면서 막기 시작했습니다. 우린 권력 싸움이 아닌 권리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대표는 지난 16일 <뉴스토마토>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행위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2021년 12월 3일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시작한 바 있다. 12월 3일은 국제연합(UN)에서 1992년 제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이다. 
 
그 뒤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장연은 서울 시내 지하철역 등에서 출근길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는 시위는 1년 동안 47차례 진행했다. 시위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선전전'이라고 표한 전장연의 지하철 행보는 250여 일 동안 진행됐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그동안 선전전은 큰 마찰 없이 진행됐어요. 250일 동안 매일 마찰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피곤합니까. 그런데 서울시에서 갑자기 무정차 결정을 하면서 이 선전전을 막기 시작했어요"라고 언급했다.
 
이어 "선전전은 연착을 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장애인 이동권 실태를) 알리기 위한 목적인데, 그것조차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연착의 주원인인) 47차례 진행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장애인권리예산이 통과되면 유보할 수 있다고 이미 이야기를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전장연 시위로 열차 지연이 발생한다고 판단되면 지하철역을 무정차 통과하겠다고 결정했다. 실제 지난 14일에는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이에 전장연은 시위 장소 등에 대한 사전 공지 없이 '게릴라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맞서면서 문제 해결은 요원해지고 있다.
 
박경석 대표는 "우리는 권력 싸움을 하려는 게 아니다. 권력을 쟁취하려고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은 언급하는 게 아니다.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대표는 지난 16일 혜화역 소재 전장연 사무실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권력 싸움을 하려는 게 아니라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인터뷰 중인 박경석 전장연 대표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 역사는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1월 21일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었다. 이후 2월 6일 장애인 단체는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지하철 선로를 점거하고 이동권 보장을 외쳐왔다.
 
박경석 대표는 "2001년 선로에 내려간 이유가 지금과 같았다. 지하철과 버스, 특별교통수단 등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 요구했다. 21년째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회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일상에 들어서자, 장애인 이동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권리예산 요구는 지난 2021년 3월 16일부터 시작했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한 지 벌써 거의 2년째다. 컨테이너까지 가져다 놓고 투쟁을 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따져 투쟁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다. 왜곡이 혐오와 정치적 문제를 낳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를 통해 '전장연'을 검색한 결과,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2021년 3월 16일부터 '지하철 탑니다' 시위가 시작되기 전인 2021년 12월 2일까지 262일 동안 검색된 기사는 21건에 불과했다.
 
반면, 2021년 12월 3일부터 8월 21일까지 262일 동안 검색된 기사는 2368건으로 집계됐다. 지하철 시위를 시작한 뒤 기사 건수가 100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시위가 길어지고 시민 불편이 커지는 동안 사회적 대화를 이끌고 문제를 해결하기 보단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갈라치기로 대응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다", "떼법의 일상화"라고 표현한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법과 원칙이라는 절대적인 언어는 권력자들이 먼저 지켜야 한다. (약자에게 불평등한 법과 원칙은) 변화시켜야 한다"며 "민주주의와 평등, 차별의 문제는 방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 교육 좀 받자는 것, 일할 기회를 얻고 싶다는 것, 감옥같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어우러져 살자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고 권리의 실현을 위해 예산으로 보장해달라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변화가 시작된다고 해도 10년, 20년이 지나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요구하는 것은 차별적인 관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이 방식을 조금만 바꾸고 싶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대표는 지난 16일 혜화역 소재 전장연 사무실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권리예산 요구는 지난 2021년 3월 16일부터 시작했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한 지 벌써 2년이 거의 다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농성 모습.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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