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려야 산다②)"판 깔렸다"…K제약도 M&A 진격

지분 확보해 인수 시도하면 적대적 M&A 눈초리
해외 기업 연이어 인수합병…"지금이 절호의 기회"

입력 : 2022-12-26 오전 6:00:00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들이 신약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아베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LG화학)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인수합병에 관대한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기업 간 M&A가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세계 시장 진출 활로를 찾는 기업들은 해외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데, 전문가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이 인수합병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업 간 지분 투자 사례를 보면 경영권 확보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2014년 있었던 GC녹십자(006280)일동제약(249420) 인수 시도가 대표적이다. 2011년부터 일동제약 지분을 매입한 GC녹십자는 3년 뒤 일동제약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수 의사를 행동으로 처음 내비쳤다. 당시 일동제약 지분 10%를 보유한 2대주주 피델리티와 함께 일동제약 지주사 전환을 막은 것이다.
 
결과는 인수 실패였다. GC녹십자의 인수 시도에도 일동제약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고, 시장에선 GC녹십자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였다.
 
인수합병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는 주로 매출 구조가 탄탄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 제약사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반면 바이오업계에선 양상이 다르다. 최근 사례로는 헬릭스미스(084990)를 인수한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있다.
 
헬릭스미스는 경영권 양수도 계약에 따라 카나리아바이오엠을 3자배정 대상자로 하는 297만7137주(약 350억원)의 유상신주를 발행하며, 이에 따라 헬릭스미스 최대주주는 카나리아바이오엠으로 바뀐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표적항암제 '오레고보맙'을 파이프라인으로 갖춘 카나리아바이오(016790)의 지분 51.27%를 보유한 모회사다.
 
당시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그간 다각도의 검토와 논의를 거쳐 양사 간 최적의 파트너십을 이끌어내도록 이번 계약을 체결했다"며 "헬릭스미스가 가지고 있는 '엔젠시스'를 포함한 다수의 파이프라인 외에도 카나리아바이오의 유망한 물질들과 세종메디칼의 인프라를 결합해 세계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는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업계와 달리 M&A에 보수적인 제약업계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LG화학(051910)동아에스티(170900)가 이 경우에 포함된다.
 
LG화학은 지난 10월 5억6600만달러를 주고 신장암 표적 치료제 '포티브다'를 보유한 외국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LG화학은 내년 1월 중 인수 마무리를 계획 중이다. 이번 인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해외 기업을 국내 제약사가 인수한 첫 사례다.
 
LG화학은 아베오를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로 활용하고, 자체 품목 개발 활성화도 추진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인수 확정 당시 "미국 상업화 역량 지속 강화를 통해 현지 매출 확대에 적극 나서는 한편, 항암 중심의 미국 임상 및 허가 역량을 한층 높여 글로벌 혁신 제약사 도약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에스티가 미국 나스닥 상장사 뉴로보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사진은 동아에스티 전경. (사진=동아에스티)
동아에스티는 지난달 나스닥 상장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 인수를 확정하고 22일(현지시간) 오전 뉴로보 임시주총에서 지분 65.5%의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이와 동시에 뉴로보는 동아에스티 자회사로 편입됐다.
 
동아에스티는 뉴로보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 자사 파이프라인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주력한다.
 
회사 측은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나스닥 상장사로서 자금 조달이 용이한 뉴로보의 장점을 토대로 2형 당뇨 및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 'DA-1241'과 비만 및 비알코올성지방간염치료제 'DA-1726'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를 가속화하고, 뉴로보를 동아쏘시오그룹의 글로벌 R&D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인수합병이 기업 성장을 위한 지름길로 자리잡은 반면 국내에선 다르게 인식됐다며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이 M&A 적기라고 평가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외국에선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하는 게 문화로 자리잡았을 만큼 기업 간 M&A가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바이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자금력이 있는 한국 기업이 나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성장 가능성이 있는 국내외 기업이라면 M&A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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