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모든 아이들은 죄가 없다

입력 : 2023-02-14 오전 6:00:00
매일매일, 하루에도 수십 번, 잠시도 쉴 틈이 없이 뉴스를 찾고 기사를 읽고 사는 직업이지만 좀처럼 제목을 누르고 싶지 않은 기사, 읽고 싶지 않은 기사가 있습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기사입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 입장에서 아동학대 기사를 볼 때면 그 가여운 아이들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이달에만도 두 건의 큰 아동학대 사건이 전국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인천에선 친모가 생후 20개월이었던 아기를 방치한 끝에 사망에 이르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친모는 1월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무려 나흘 동안 20개월 아기를 홀로 집에 방치하고 외출을 했었다고 합니다. 이 충격적 사건의 며칠 뒤엔 친부와 계모가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도 생겼습니다. 경찰은 숨진 이 아이 몸에서 타박흔(외부 충격으로 생긴 상처)으로 추정되는 멍 자국이 여러 개 발견했다고 합니다. 친부와 계모로부터 집 밖으로 내쫓기고 추운 겨울에도 몸을 떨며 부모의 다정한 사랑을 갈구했을 아이를 생각하니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요. 아동학대 기사를 볼 때마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짐승의 마음씨를 가졌다"라는 '인면수심'이라는 말을 저절로 떠올리게 됩니다.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도 아동학대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아동학대의 원인은 단 하나로 규정되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자식을 엄하게 교육해야 한다'는 가부장 문화의 잔재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어른의 마음대로 지배하려는 소유욕, 강압적 훈육 방식을 '사랑'이라고 가스라이팅하는 삐뚤어진 마음도 문제가 아닐까요.
 
저 역시도 두 아이들에게 자상한 아버지이기보다 삐뚤어진 사람이 아니었나 반성하게 됩니다. 며칠 전엔 6살인 딸이 저에게 편지를 써주었습니다. "아기라서 미안하다"라는 삐딱삐딱 서투른 글씨가 쓰여있었습니다. '아기를 키우기 얼마나 힘들겠느냐, 그래서 미안하다'라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딸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모든 아이들에겐 죄가 없다고 말해주었지만,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씨가 어른들을 정화시키는 판입니다. 반면 어른들은 얼마나 아이들에게 폭력적이고 잔인했던가요. 지금도 수많은 아이들이 사랑이라고 포장된 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그저 어른들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고귀합니다. 
 
최병호 탐사보도 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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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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