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선박 엔진업체 인수 한창…사업확대 없는 삼성중, 왜?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선박용 엔진사 인수 작업
"엔진사 인수, 향후 수주 경쟁에서 긍정적으로 작용"
"친환경 선박, 엔진 자체 생산 능력 유무 중요하다"
삼성중, 8년간 적자 부담…공급망 관리·기술협업 주력

입력 : 2023-02-27 오후 5:29:55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조선업계 중 한국조선해양(009540)대우조선해양(042660)이 선박용 엔진 전문업체 인수 작업을 벌이는 등 그룹사 내 자체 생산능력 갖추기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010140)·대우조선해양) 가운데 삼성중공업만 선박용 엔진 사업에 대한 특별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에 삼성중공업이 지난 8년간 적자를 내는 등 삼성그룹 내 좁은 입지로 조선부문 사업 확대에 소극적이란 관측입니다. 삼성중공업이 기존 엔진 외주화를 계속 고수할 경우, 친환경 선박 시장 수주전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임팩트는 최근 중대형 조선용 엔진업체 HSD엔진(082740) 지분 33% 안수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습니다. 금액으로는 2269억원 규모입니다. 한화는 오는 4월 본계약을 체결한 뒤 기업결합승인 심사를 거쳐 올해 3분기 내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한화의 HSD엔진 인수는 조선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는 모습입니다. 조선사업 부문 경쟁력 강화 복안으로 대우조선해양을 품은 한화가 향후 국내 조선업계의 판도가 변화할 지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심사는 오는 4월 내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한화그룹은 당초 한국조선해양과 STX중공업(071970) 인수 경쟁을 벌였지만 HSD엔진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따라서 STX중공업이 한국조선해양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 인수에 성공하면 HD현대(267250) 내 조선사업 부문사(현대미포조선(010620)·현대중공업(329180)·현대삼호중공업)와 엔진 사업이 시너지를 낼 전망입니다. STX중공업의 매각주간사는 삼정KPMG로 사모펀드(PEF)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47.81%가 매각 대상입니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내달 STX중공업 본 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이 진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선박용 엔진사 효과, 수주 경쟁에서 유리
 
이들의 선박용 엔진업체 인수효과는 향후 수주전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호황기에 엔진이 없어 건조 계약을 못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엔진 생산 대수가 한정된 엔진사에서 계열사를 우선으로 물량을 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보통 엔진은 선박 가격 원가 10%를 차지하고 있는데 (조선사가) 자체 엔진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면 가격경쟁력이 유리해 수주 경쟁에서도 한발 앞설 수 있다"며 "또 조선사에 대한 선주 신뢰성 등이 높아지는 점도 수주전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인해 선대 전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수소와 암모니아 추진선 등 친환경 엔진 생산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연료 전환시기를 맞아서 조선업체가 LNG, 메탄올 등 대안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엔진 능력을 갖췄는 지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의 경우 엔진의 자체 생산 능력 유무가 중요하다"며 "수직계열화로 조선사와 엔진사가 함께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더 키워 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선박에 대한 관리와 보수유지 시장에서도 선점할 수 있습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신조 외에도 선박관리와 개조까지 선박의 생애주기 서비스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중요 핵심 기자재인 엔진을 수직계열화하면 유리한 부분이 있다"며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해 지려면 스마트자율운항선박 기술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8년간 적자…그룹사 '삼성중공업 살리기'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1년 정진택 사장 체제로 전환한 뒤, 견조한 수주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장기간의 적자고리를 끊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조선업황 악화와 동시에 8년간 적자를 냈습니다. 올해 2000억원 규모의 연간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까지 8544억원 적자로 나타났습니다.
 
실적부진에 따른 부실한 재무 건전성에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삼성중공업 살리기'도 있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과 2018년, 지난 2021년까지 세 차례 유상증자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전기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참여가 잇따랐습니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15.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 들어간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출자 금액은 2300억원 규모로 전해졌습니다. 
 
그룹사 내 매출비중이 적고 입지가 좁아 조선 사업 확대에 부담이란 설명입니다. 때문에 조선용 엔진 사업에 대한 특별한 소식이 없는 삼성중공업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외주화를 통해 선박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HSD엔진 매출 비중 가운데 2위에 해당합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공급망 관리와 무탄소 선박 기술 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블룸에너지와 업무협약(MOU)을 통해 연료전지 추진선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는 용융염 원자로(MSR)를 탑재한 원자력 추진선 연구개발 협력도 진행 중입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용 엔진 업체 인수 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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