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4년 만에 해제됐지만…3대 뇌관에 한일 관계 '먹구름'

①사도광산 ②후쿠시마 오염수 ③초계기 갈등

입력 : 2023-03-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12년 만의 셔틀외교 복원입니다. 양국은 이날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 창설,  세계무역기구(WTO) 불공정무역행위 제소 취하, 수출규제 해제 등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새로운 관계 설정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계 개선 분위기는 양국 재계에서 먼저 띄웠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이날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단체는 각각 10억원(1억엔)씩 총 20억원을 창설 기금으로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한국 정부로부터 강제동원 문제의 해결에 관한 조치가 발표됐다. 이에 일본 정부도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모인 기금은 양국 인재 교류 활성화, 자원·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공동대응, 저출산·고령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등에 사용될 전망입니다. 이 기금은 강제동원 문제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게다가 일본 전범기업의 기금 참여 역시 명확하지 않습니다.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은 게이단렌의 회원사이지만, 이날 참여 여부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두 단체의 발표 직후 한국 정부는 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고, 일본 정부도 반도체 핵심 품목(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3개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회복 조치는 더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양국은 이번 회담 이후에도 풀어야 할 갈등이 산적합니다. 사도광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초계기 갈등이 대표적입니다. 3대 뇌관에 따라 한일 관계가 살얼음을 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왼쪽)과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이 16일 도쿄 지요다구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 설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①사도광산
 
그간 일본은 강제동원 문제를 사과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강제노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런 태도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약 1500명이 강제동원됐던 니가타현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도 반영돼 있습니다. 일본은 특히 강제동원 사실을 의도적으로 감추기 위해 사도광산 유산의 대상 기간을 16세기에서 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한 꼼수도 사용했습니다. 
 
②후쿠시마 오염수
 
일본이 최근 가장 공들이고 있는 현안은 주요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입니다.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본 안팎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국제적 지지를 받아 이를 무마시키겠다는 포석입니다. 일본은 올해 4월 삿포로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 회의에서 ‘오염수 방류 문제를 환영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공동성명에 넣으려고 각국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염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한국을 포함한 중국, 러시아, 태평양 도서국가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③초계기 갈등
 
초계기 갈등은 문재인정부인 201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일본은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함정 근처로 날아온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레이더 조사는 없었고, 오히려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근처에서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양측은 지속적으로 같은 주장을 하면서 거센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양국 군사 당국의 신뢰관계 악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받아왔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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