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달째 '경기 둔화' 공식 진단…"반도체 등 제조업 부진 영향"

기재부 "내수 완만한 회복에도 수출·설비 투자 부진"
3월 광공업 생산, 전월비 3.2%↓…반도체가 끌어내려
수출도 전년비 13.6% 감소…일평균 수출 17.2%↓

입력 : 2023-04-14 오전 10:59:28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부가 석 달 연속으로 우리나라의 경기를 '둔화'로 진단했습니다. 내수는 한숨 돌린 모습이나 수출·투자 부진과 대외적 불확실성 여파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반도체 불황 등 제조업 부진을 꼽았습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는 대면 활동 중심으로 완만히 회복하고 있으나 수출·설비 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의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통화 긴축에 따른 취약 부문의 금융 불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영향 등 하방 위험이 교차하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기재부는 1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지난 2월 '우려 확대'에서 '둔화'로 더 높은 수위로 진단했고 3월에 이어 이달에도 '경기 둔화'라는 판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3.2% 줄었고 서비스업 생산이 0.7% 늘어난 영향 등으로 전 산업 생산이 0.3% 증가했습니다.
 
광공업 생산은 광업에서 늘었지만, 제조업 및 전기·가스업에서 줄면서 전월 대비 3.2% 감소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8.1% 줄어든 규모입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0.7% 증가했습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7.2% 늘어난 수치입니다. 운수·창고업, 숙박·음식업 등은 증가했지만 정보통신업 등은 감소했습니다. 3월 서비스업은 고속도로 통행량, 차량 연료 판매량, 일평균 주식거래대금 증가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월 소매 판매는 내구재, 준내구재, 비내구재 판매가 모두 증가하면서 전월 대비 5.3% 늘었습니다. 3월 소매 판매는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 백화점 매출 증가,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 증가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2월 설비투자지수는 운송장비 투자가 줄었지만, 기계류 투자가 늘어나면서 전월 대비 0.2% 증가했습니다. 건설기성(불변)은 토목과 건축 공사 실적이 모두 증가하면서 전월 대비 6.0% 늘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는 대면 활동 중심으로 완만히 회복하고 있으나, 수출·설비 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의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공사가 진행 중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모습. (사진=뉴시스)
 
3월 수출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제품의 수출 부진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6% 감소했습니다.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23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7.2% 줄었습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 과장은 "반도체의 큰 부진이 전체 우리나라 광공업 생산 자체의 숫자를 끌어내리고 있고 또 수출에도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경기 판단에 대해 단순히 '둔화 흐름 지속'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달에는 '제조업 중심의 경기 둔화 흐름 지속'이라고 범위 자체를 좁혔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현재 제조업, IT, 반도체 등 특정 부문에 상당 부분 집중된 경기 둔화로 보고 있기 때문에 결국 반도체가 수출, 그리고 전반적인 경기 회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심리지수는 모두 상승했습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 92.0으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기업심리실적지수(BSI)는 72로 전월 대비 3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전망지수(BSI)는 73으로 전월 대비 2포인트 늘었습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올해 2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4포인트 올랐습니다. 하지만 향후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3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46만9000명 증가했습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9월째 감소하다 10개월 만에 반등했습니다. 실업률은 2.9%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소비자물가는 농산물과 개인 서비스 가격이 상승했지만,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습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도 4.0% 올랐습니다.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글로벌 은행 사태 직후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신속한 불안 진정과 통화 긴축 완화 기대 등으로 상승하는 모습입니다. 3월 말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은행권 사태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전환 기대감 등으로 2월 말 대비 하락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확고한 물가·민생 안정과 철저한 대내외 리스크 관리 기반 하에 수출, 투자, 내수 등 전반적인 경제 활력 제고와 경제 체질의 구조적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는 대면 활동 중심으로 완만히 회복하고 있으나, 수출·설비 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의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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