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리포트)실적 잔치 끝난 SD바이오센서, 체질개선 관건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 1조8729억원→올 상반기 4892억원
메리디언 M&A 인수자금 마련 난항…2278억원 유상증자 단행

입력 : 2023-09-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진단키트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연 매출이 3조원에 육박했지만, 올해 본격적인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자 실적 급락을 면치 못하고 고전하고 있습니다.
 
2010년 설립된 에스디바디오센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진단키트 판매를 앞세워 큰 폭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코로나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데요.
 
2019년 729억6223만원이었던 매출액은 이듬해 1조6861억원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15억1970만원에서 무려 7382억6449만원으로 1년 새 7000억원이 넘게 폭증했죠. 2021년과 2022년에는 나란히 3조원에 가까운 매출액과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는데요.
 
실적 수직 상승과 함께 2021년에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되기도 했죠. 그야말로 코로나 팬데믹 수혜를 톡톡히 누리며 급성장했지만, 호시절은 3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진단키트 하나로 초대박을 치며 천정부지로 치솟던 실적 상승세는 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맥없이 꺾였는데요. 올해 상반기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1626억3707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6.86% 급감했고, 764억546만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누적 영업손실 규모만 1742억2989만원에 달했습니다.
 
에스디바디오센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돌파구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선택했지만, 속수무책으로 악화되고 있는 재무구조에 인수자금 조달마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자금 동원력이 중요한데 지난해 말 1조8729억원이었던 현금성 자산은 4892억원으로 급감했죠. 
 
에스디바이오센서의 대표 품목인 코로나19 자가검사가 가능한 항원 방식 자가검사키트 (사진=뉴시스)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 인수가격 '2조원' 고평가 지적 
 
문제는 에스디바디오센서가 지난해 7월 미국 체외진단 기업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원에 인수합병 하기로 했지만, 인수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거래 성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초 JP모건 출신 미국 투자전문가들로 구성된 SJL파트너스가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 인수에 공동 참여했고, 지난 6월 말까지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펀드를 조성해 인수 금액의 40%를 확보하기로 했지만 기한 내 펀드조성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에스디바이오센서가 100% 전액 출자하는 것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죠. 지난 7월에는 인수금융차입금의 일부인 약 2700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227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악화된 실적에 유상증자까지 단행해 앞으로 재무구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2조원에 달하는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 인수가격이 너무 고평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에스디바이오사이언스는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 인수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입지와 유통망을 넓히고 나아가 글로벌 포트폴리오 강화, 현지 생산기지 구축,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가속화 등을 목표로 내세웠죠. 
 
하지만 신사업 동력을 개발을 통한 체질 개선에 효과적인 선택이었는지 의문입니다. 시장의 반응도 유상증자 이후 더 냉담해졌는데요.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유상증자 결정 이후 주가가 -19.47% 떨어지며 큰 폭으로 하락했고, 지난달에는 최저가인 1만560원을 기록했습니다. 
 
오너일가 바이오센서 통한 지배력 강화
 
유상증자 이후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기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오너는 조영식 회장으로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해 지배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조 회장은 6월 말 기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지분을 31.2% 보유한 최대 주주였지만 유상증자에 바이오노트가 2261억원 규모로 참여하면서 지분율이 12.16%p 올라 최대 주주로 등극했습니다. 유상증자 이후 바이오노트는 에스디바이오센서 지분을 35.76% 보유하게 됐습니다.
 
물론 바이오노트의 최대 주주 역시 49.7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조 회장이기 때문에 경영권에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오노트가 에스디바이오센서 최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사실상 지주사 모양새를 갖춰 지배구조가 정리된 것이죠.
 
아울러 바이오노트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도 커지고 있는데요. 조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의 지분율은 13.09%에서 15.23%로 올랐고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혜임 에스디바이오센서 전무는 지난달 초 장내에서 바이오노트 주식 0.13%를 매입해 지분율이 1.57%에서 1.70%로 늘었습니다. 부인인 유복순 부인인 유복순 시크리티스 대표는 0.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공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최대주주등 소유주식변동신고서 공시를 통해 조영식 회장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바이오노트 지분율은 총 69.74%에 달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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