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정부가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보증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공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한 모습입니다. 정비사업 절차 개선과 비아파트 규제개선 등 제도 변경이 필요한 부분들은 국회 논의가 필요한데다 수요가 아닌 ‘공급’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부동산 가격에 즉각적인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시장에 공급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시장에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공급 신호가 믿음이 되도록 해야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위원은 특히 “부지선정, 재원확보 등 구체적인 후속 청사진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꼽았습니다.
서울시내 도심 모습.(사진=백아란기자)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고 공공택지 전매제한을 완화하는 한편 재개발·재건축 사업절차와 인허가 절차 개선을 통해 민간 공급을 활성화한다는 방안입니다. 다만 건설사 등 민간에서는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부실만 심화할 수 있는 만큼 이번 대책이 시장에 주는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시장 청약 양극화와 물가상승, PF 대출 냉각에 따른 주택공급 위축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주택 공급의지 표현은 긍정적”이라며 “주택 등 부동산 공급시장의 고유속성인 공급 비탄력성을 고려할 때, 연내 즉각적 수요자 주택공급 체감 확대는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8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며 270만호 공급계획을 확정했지만, 올해 1~8월 전국 주택 공급 통계 중 인허가, 착공 등의 선행지표는 각각 39%, 56% 급감하는 등 엇박자가 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현재의 공급 지표 축소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공공의 적극적인 물량 확대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참여를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공급량 확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속도감 있는 실행력 담보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는 의미입니다.
건설자금 기금을 통한 자금조달 등이 한시적이라는 점도 한계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함 랩장은 “시행사간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로 대기수요가 있는 양질의 택지는 공급속도가 보다 빨라질 전망이지만 1년 한시 규제 완화인데다, 최초가격 이하로만 전매를 허용하고 있어 사업자간 이면계약이나 벌떼입찰 우려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해 보인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소규모 정비사업 사업성 개선 등 긍정적
또 “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에 대해 건설자금을 기금에서 1년간 한시 지원하는 것도 고무적이나 아파트의 대체재인 다세대·오피스텔 등은 최근 분양수요 급감이나 임대수익 대비 고분양가 문제, 전세사기 이슈로 거래량이나 수요가 낮은 상황이라 지방보다는 서울 등 일부 도심지역 위주로만 정책효과가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파트 청약 시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소형주택 기준가격 상향과 적용범위 확대에 대해선 “가액수준이 낮은 비아파트 매입자의 경우 향후 분양시장을 통해 아파트 교체가 가능할 수 있지만 수도권은 청약경쟁률이 높은 편이고 기존 아파트의 가액수준도 상당해 매입선택지는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한시적 대책…시장과 엇박자 우려도
건설사 유동성 공급, PF사업장 유형별 맞춤 지원의 경우 “부실 확산을 막고 전반적인 주택공급에도 속도를 내기위한 보완책을 마련했다”라며 “PF금융지원 외에도 건설사가 원가절감 등을 통해 스스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근본적 사업 재구조화에 대한 검토 등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습니다.
윤 팀장 또한 “PF대출 여력이 확대되는 만큼 금융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말 그대로 공급에 집중하면서 시장안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공급만 활성화한다고 해서 수요가 살아나는 것이 아닌 만큼 금리라거나 세부적인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주단협약 지원, PF 대출 보증과 정상화 펀드 확대 등은) 유동성 부분에서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민간 부문 공급대책의 경우) 자금 부담이 줄어든다면 사업성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공급을 늘리지 않을까 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편 건설인력 확충 등과 관련해선 부실시공 방지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건설분양 외국인 채용 쿼터제의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단순히 인력 확충만 해서는 현장의 부실을 없앨 수 없기 때문에 교육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라고 제시했습니다.
이어 “건설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신용등급별로 심사 기준을 개선하는 등 사업성을 제대로 따져가며 (PF대출 보증 등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