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을 해서 부동산 매입을 하세요
. 최대한 도쿄 중심부와 가까운 곳이 좋습니다
. 어떻게든
1985년 이전에 부동산을 매입해야 합니다
. 1986년 이후 일본은 사상 유례없는 호경기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합니다
.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어떤 종목의 주식을 사도 손해 보는 일이 없습니다
. 하지만 명심해야 해요
.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 건 기껏해야
1989년까지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에서 도둑들은 편지를 씁니다
. 그 편지는 과거로 돌아가는데요
. 도둑들은 돈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이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도둑들이 투자를 적극 조언한 시기는 일본의 주가가 뛰고 부동산 값이 솟아올라 잔치판이 벌어진 일본의 황금기. '플라자 합의' 직후 입니다. 1985년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등 다섯 나라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엔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떨어뜨리기로 합의했죠.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절상으로 일본은 '일억총중류'라는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한 마디로 1억의 일본인 모두가 중류 이상이라는 겁니다. 수출로 먹고살던 일본은 플라자 합의로 엔고가 심해지자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저금리정책으로 전환합니다. 문제는 금리를 내리면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야 하는데 유동성만 늘었습니다. 엔화 강세로 수입품 가격이 떨어지고 물가가 안정되면서 니케이지수를 강하게 끌어올렸습니다. 도쿄 증시는 3년 새 300%나 뛰었고, 부동산도 뛰어 거품을 키웠습니다.
결국 주가와 부동산은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며 '잃어버린 10년'은 20년, 30년을 훌쩍 넘기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일본이 달라지며 최근 매일같이 신기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잃어버린 30년' 이라는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날 조짐이 포착됐다고 평가합니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일본 닛케이지수가 3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경신한 것에 주목한 것인데요. 물론 고물가에 내수 회복도 미진한 상황임을 감안해도 수출 중심의 대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외국인 투자가 증가한 점은 긍정적 신호임에 분명합니다.
반면 한국은 작년에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역전됐습니다. 한국이 일본에 경제성장률에서 뒤진 것은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었죠. 급기야 일본 경제지 머니1은 ‘한국은 끝났다’라는 도발적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경제발전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의미의 ‘피크 코리아’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한국의 산업 역동성은 악화하고 있으며 인구 절벽에 따른 노동력 감소 등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고 저성장 탈출에 온 나라가 애 쓰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의 출구에 서 있다면, 한국은 잃어버린 10년의 터널에 들어선건 아닐지 우려됩니다.
김하늬 콘텐츠·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