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판매', 수입차 화두 등장…딜러는 어디로?

벤츠 직접 판매 도입 추진, 혼다·재규어도 가세
딜러사 재고부담 덜고 출혈 경쟁 피해
유통구조 간소화로 가격 인하 기대
딜러 수입 감소·일자리 위협 숙제도

입력 : 2024-03-25 오후 3:22:44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최근 수입차를 중심으로 기존 딜러 중심의 신차 판매 방식을 본사 직접 판매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유통 구조를 간소화하고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딜러들의 역할 변화도 불가피해 이들과의 생생이 관건으로 꼽힙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현재 딜러사들과 직접 판매 도입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딜러사와의 역할 분담, 수익 공유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서울의 한 벤츠 전시장 모습.(사진=뉴시스)
 
직접 판매는 말 그대로 수입차 업체가 판매를 전담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판매도 병행하는 식이죠. 현재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벤츠코리아가 한국으로 가져오면 이를 딜러사가 도매로 구매해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는 지난 20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와 가진 인터뷰에서 "(직접 판매는) 통합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딜러와 고객 모두에게 장점이 있다"며 국내 도입을 시사했습니다.
 
수입차 업체 입장에서 유통 단계가 축소되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딜러사의 경우 자동차를 미리 사놓고 고객에 팔지 않아도 돼 재고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딜러사에 붙던 마진만큼 가격 인하를 기대할 수 있고 흥정 등 비효율적인 구매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죠.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처럼 온라인 판매 등 딜러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한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입차 업체들은 직접 판매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수익성은 물론 가격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선 할인 경쟁이 관례처럼 여겨지고 있는데요. 어떤 딜러를 만나느냐에 따라 같은 차량인데도 수백만 원씩 가격이 차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할인 경쟁이 커질수록 딜러사의 수익은 줄고 소비자 입장에선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나타납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가 고객에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수요를 예측해서 좀 더 효율적인 거래가 가능하다"며 "딜러사도 연말 재고 부담에 따른 할인 경쟁을 할 이유가 없어지고 인건비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입차 업체들이 최근 가격을 많이 올리는 등 수익성 확대 방안이 중요한 만큼 소비자 가격 변화에는 회의적"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혼다 온라인 플랫폼.(사진=혼다코리아)
 
현재 국내에는 테슬라, 폴스타가 딜러사 없이 온라인으로만 차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직접 판매로 전환했습니다. 내년부터 국내 판매를 재개하는 재규어도 직접 판매를 도입합니다.
 
앞으로 딜러사를 건너뛰는 판매가 늘어나면 이들의 역할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혼다코리아의 경우 기존 딜러는 차량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최상의 고객경험을 돕는 '혼다 큐레이터'로 역할이 변경됐습니다. 전시장에서는 차량 전시, 시승, 상담이 진행되며, 큐레이터를 통해 현장에서 온라인으로 구매까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테슬라나 폴스타와 달리 딜러사를 통한 판매 구조를 유지해왔던 기존 수입차 업체들은 딜러사 및 딜러들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습니다. 혼다코리아 역시 직접 판매 전환을 위해 딜러사와 2년간의 논의를 거쳤습니다. 딜러들도 수입 감소는 물론 일자리마저 위협될 수 있어 반발이 거셉니다.
 
다만 업계에선 딜러사가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특히 딜러사 대부분이 사후관리(AS)가 주 수익원으로 출혈경쟁이 없어지면 수익률 자체는 더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딜러 역시 고객이 차량을 구매한 이후 인도, 점검 등 기존 차량 출고 업무를 그대로 담당해야 합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딜러사의 경우 기존에 판매한 수입차의 AS 등을 맡고 있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직접 판매할 경우 전시장, AS센터까지 한국법인이 모두 구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딜러사 간 경쟁이 없어져 가격 할인이 축소된다면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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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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