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화로 시작된 '유리기판', 상용화 전쟁 막올랐다

'게임체인저' 유리기판 10년 뒤 5조 시장으로 확대 전망
해외선 인텔이 선두주자… AMD 등도 유리기판 도입 추진
국내선 앱솔릭스·삼성전기·LG이노텍 등 개발 나서…중국은 시장 진입 어려울듯

입력 : 2024-04-24 오후 3:08:1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가 개화하면서 '유리기판' 시장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초기 단계지만 첨단 패키징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유리기판 시장을 선점키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당초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던 반도체 기판은 첨단 패키징 과정에서 미세공정이 요구되면서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플라스틱 기판은 두께를 줄이기 어렵고 기판이 휘는 문제 등이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유리기판이 떠오른 겁니다. 
 
유리기판은 미세하게 그릴 수 있고, 신호 전달 속도와 전력 소비 등에서 기존 기판 대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유리의 깨짐과 수율 등 보완이 상용화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인텔 엔지니어가 테스트 유리 코어 기판 패널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인텔)
 
2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차세대 유리기판 대응 전략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재 유리기판 분야에서 선두로 평가되는 인텔은 2030년 내로 유리기판 적용 칩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인텔은 유리기판 연구개발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할 방침입니다. 지난해 9월 유리기판을 적용한 반도체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인텔의 경우 유리기판 기술을 게임체인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 선발 업체와의 격차를 뒤집기 위해 유리기판 상용화에 집중하겠단 목표를 밝히고 있습니다.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는 인텔이 유리기판 양산 시점으로 제시한 시점까지 7년이 남은 만큼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AMD는 오는 2025~2026년을 유리기판 도입 시점을 잡았습니다. AMD는 유리기판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적용을 위해 앱솔릭스, 삼성전기 등 복수의 제조사와 성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기술 종속성을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엔비디아의 경우 현재 유리기판 도입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고성능 GPU 제조사로서 첨단 패키징 기술에 관한 관심이 높을 것"이라며 "TSMC가 자체 패키징 기술인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를 개발해 엔비디아의 GPU 성능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데, 추후 유리기판과의 접목을 통해 더욱 고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SKC와 AMAT의 합작회사인 앱솔릭스, 삼성전기, LG이노텍 등이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 중 앱솔릭스는 유리기판 상용화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앱솔릭스는 2024년 시제품 양산을 목표로 미국 켄터키주 코빙턴 공장에서 유리기판 양산에 착수 계획입니다.
 
삼성전기는 올해 초 CES 2024에서 유리기판 실물을 공개했습니다. 세종 사업장에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2026년~2027년 양산할 예정입니다. 앞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유리 기판 개발 현황에 대해 "고객들과 협의 중이며 내년 정도에 시제품을 한 번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LG이노텍도 반도체 기판에 대한 다변화를 추진 중으로 유리기판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앞서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는 유리기판 사업 계획에 대해 "주요 고객이 북미 반도체 회사인데 그 회사가 유리 기판에 관심이 많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외에선 미국의 코닝이 저열팽창 유리 소재를, 독일의 쇼트가 대면적 초박형 유리를 선보였습니다. 일본의 다이니폰프린팅은 글래스관통전극(TGV) 등 자체 개발한 핵심 기술을 앞세워 오는 2027년 450억원 규모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가 물량공세를 기반으로 빠르게 기술력을 따라잡고 있는 중국의 경우 유리기판 진입 가능성이 다소 낮다는 게 업계 진단입니다. 유리기판 제조 방식은 플로팅(Floating)과 다운 드로(Down-draw) 두 방식으로, 중국은 건축·자재 등에 쓰이는 플로팅 방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패키징,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조에 해당하는 다운 드로와 퓨전 드로(Fusion Draw) 기술은 중국에 없다"며 "원천 특허권은 미국·독일에서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더인사이트파트너스는 글로벌 유리기판 시장의 규모를 올해 2300만 달러(약 311억원)에서 오는 2034년까지 연 평균 약 5.9%의 성장해 42억달러(약 5조6826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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