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회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유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예상을 훨씬 웃돈 135분 동안 회담을 가졌음에도 아무런 합의문을 도출해 내지 못했습니다. 의료개혁의 필요성과 주기적 만남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지만 모든 부분에서 이견만 재확인하면서 향후 정국이 '강대강' 대치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첫 소통에 '방점'…의료개혁 방향성만 '공감대'
29일 영수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로 복귀한 뒤 기자들과 만나 "큰 기대를 걸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 향후 국정 운영이 우려된다"는 총평을 내놨습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비공개 회담에선 이 대표의 모두발언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 대표는 15분가량의 모두발언에서 △민생회복지원금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전세사기 특별법 △의료개혁 특위 △국민연금 개혁 △이태원특별법 △채상병 특검 △국회 입법권 존중 △재생에너지 정책 변화 △실용외교 등을 촉구했는데, 비공개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85분가량 이 대표의 요구에 대한 답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합의문을 내놓지 못한 135분간 회담에선 몇 가지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720일 만에 성사된 회담인 만큼 '소통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의료개혁과 의대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또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22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윤 대통령, 25만원부터 이태원 특별법까지 '거부'
하지만 대부분의 의제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이견 차이가 명확했습니다. 이 대표가 '긴급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대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사실상 '거부'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사건에 대한 조사와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공감한다고 밝혔지만 민간조사위원회가 영장청구권을 갖는 부분에 대한 법리적 문제를 짚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지만 박 대변인은 "사실상 오늘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이 민생협의를 위한 여야정협의체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후임 총리 인선 논의 없었다…'강대강' 예고
이날 이목을 끌었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은 직접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대표가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의혹'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히면서 우회적으로 '김건희 특검'을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윤 대통령의 과도한 거부권 행사를 언급했는데, 특검법 거부에 대한 압박을 가한 셈입니다. 다만 첫 회동이었던 만큼 이 대표가 윤 대통령 면전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직접적인 거론은 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백 수수 의혹을 더해 특검법을 재발의할 예정인데, 정부·여당과 민주당의 강대강 대치는 지속할 전망입니다.
후임 총리 인선이 장기화되면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의견을 물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통령실은 "인선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같은 날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에 나섰지만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대한 결과물은 내놓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5월 임시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쟁점법안을 처리할 예정인데요. 영수회담에도 불구하고 여야 평행선은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인·유지웅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