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기까지 12년, 덴마크는 42년, 스웨덴은 48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죠. 204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37%로 일본의 36.7%를 추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이에 따라 급격한 고령화를 대비한 주거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일찍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현재 대부분 보험사나 부동산 업체 등 다양한 민간기업이 노인 주거시설을 공급하거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발 초기 정부가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면서 민간 참여도를 높여 시장이 커졌죠. 일본은 2011년 5월 '고령자 주거 안정 확보에 관한 법률(고령자주거안정법)'을 개정했는데요. 이후 특별양노인홈, 케어하우스, 실버맨션, 유료노인홈 등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주택이 등장하면서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었습니다.
주거와 함께 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는 시스템을 강화한 것도 특징입니다. 주거와 서비스를 결합한 대표적인 주거유형인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은 60대 이상 노인 등을 위한 고령자용 임대주택으로, 고령자 주거 안정법이 제정된 2011년과 비교해 지난해 말 약 73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후생노동성이 공동 관리하고 있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주변에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은 급속한 고령화를 겪으면서 건물 설계부터 배리어 프리 구조를 갖춘 주택도 크게 늘었는데요. 각자 방에 살면서 식당, 거실, 재활치료실, 다목적실 등을 공유하는 식이죠. 이와 더불어 집 안의 턱을 제거하고 손잡이나 난간을 설치해 몸이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더라도 집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주택 개·보수 지원 사업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고령자 주거 안정성 확보 중요…"통합 돌봄 관점으로 접근해야"
유럽 국가 가운데 고령화율이 높은 독일의 경우 요양시설보다 기존의 거주공간에 대한 선호가 높은데요. 독일은 1990년대부터 사회복지정책과 도시정책을 통합해 고령자가 지역사회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 건물 안에 고령자들이 젊은 세대와 함께 살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형 주택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고요. 핀란드의 주택제도인 '로푸키리(Loppukiri)' 고령자가 함께 생활하는 아파트로 주택과 복지시설을 한 건물에 함께 설계해 보건과 복지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연속 보호 은퇴주거단지(CCRC)가 보편적인데요. 대개 300~500세대로 이뤄진 대규모 노인집합주택으로 건강 상태나 필요한 서비스에 따라 주거단지 안에서 계속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상생활서비스는 물론 간호서비스가 가능하죠. 이와 비슷한 대학연계 은퇴주거단지(UBRC)가 있는데요. 고령자가 대학의 평생 교육 프로그램과 공공서비스 등을 활용하며 대학엔 새로운 사업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령자의 주거 안정성(AIP:Aging In Place) 확보 차원에서 고령자가 노쇠하더라도 거주하던 공간에서 이주 혹은 격리되지 않고 기존의 생활 커뮤니티에서 삶을 마감할 수 있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합 돌봄 관점의 거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죠. 소득 여건에 따라 국가지원이나 자비를 활용해 자신이 살던 집을 고치면서 살아가도록 하거나 고령자 주거지가 밀집된 지역은 고령자가 살기 편하도록 복지, 돌봄, 의료, 보행, 교통, 외부공간의 구조적 재편과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대다수 고령층은 인구소멸지역에 위치한 실버타운보다 자신이 거주하던 곳에 머물고 싶을 것"이라면서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재건축할 때 커뮤니티 시설과 스마트홈 등을 활용해 모든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웰니스 타운을 만드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