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IT 인재가 만들어가는 세상

입력 : 2025-04-16 오전 10:32:38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Don't Be Evil(사악해지지 말자)'. 한때 구글의 기업 철학이던 이 문구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개발자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세상을 바꾸는 IT 혁명이 결국은 인간에게 유익함을 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압축적으로 담긴 글귀였기 때문이다. 이 문구는 결과적으론 구글의 첫째 가는 철학으로서 지위는 획득하지 못했으나, 구글이 알파벳으로 기업명을 바꾼 후에도 여전히 이 기업의 주요 행동 강령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그러나 아무도 현재 이 행동강령이 지켜지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 같다. 구글이 다른 기업과 비교해 뭔가 특별히 더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애초에 'Don't Be Evil' 자체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품기엔 너무 거창한 철학이었으니까. 그래도 아쉽다. 멋있긴 했었는데. 
 
 요즘 같아선 '코리아 포 구글'이 될까 무섭다. (사진=뉴시스)
 
바야흐로 오프라인의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는 세상이다. 마치 평행우주와도 같은 형태로 디지털 세상이 속속 구축되고 있다. 그런데 이 평행우주는 기존 아날로그 세상과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오프라인과 결합하고 침투한다는 특징이 있다. 정보철학자 루치아노 플로리디는 이를 두고 '인포스피어(Inphosphere, 사이버 공간+현실)'라 명명했다. 인포스피어란 인간 외에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정보적 존재들이 함께 모여 상호작용 하는 공간을 말한다. 즉, 인간은 로봇, 인공지능 등과 동등하게 인포스피어에 거주하는 인포그(Inphog, 정보 유기체)로서 존재한다. 
 
한마디로 지구는 더 이상 예전의 지구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발 디디고 서 있는 곳은 정보화된 지구다. 정보 행위자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채 이 정보 환경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인포스피어 환경을 만들어가는 중심 세력이 바로 IT 기업이다. 데이터(정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IT 기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저마다 이 인포스피어에 완벽성을 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갈 것이다. 구글이 우리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청하는 것도 그 맥락 안에 있다. 2007년, 2016년, 그리고 2025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끈질긴 요청이다. 구글이 그리는 인포스피어의 완결성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인포스피어의 최고 설계자가 되기 위해, 구글은 언제까지고 이 같은 요청을 거듭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오래된 아날로그의 역사가 디지털 역사에서도, 또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으로 탄생 중인 인포스피어 세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역사에서 그랬듯 우리나라는 여전히 외부의 공세를 맞닥뜨리고 나서야 뒤늦게 부랴부랴 방어 전략을 짜려 하고 있다. 'Don't Be Evil'이란 말을 접할 때부터, 역으로 기업이 사악해질 경우를 상상하고 우려하며 대비하려는 자세를 취했다면 어쩌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랬듯, 늦은 출발이다 하더라도 대응에는 빠르게 나서야 한다. 인포스피어 세계에서 IT는 이제 국력의 핵심이다. 국가 자원을 IT에 온통 쏟아붓는다 해도 결코 넘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자원은 인포스피어 설계자를 키우는 데 집중돼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IT 인재 양성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업이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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