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카카오(035720)가 인공지능(AI)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후발 주자로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이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1분기 실적 부진까지 예상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멀티모달 기술개발을 넘어서서 소형언어모델(SLM) 등 실질적인 수익화 전략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NAVER(035420))와 같은 선발 주자들과 비교해, 카카오가 아직 구체적인 AI 서비스와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우려 대목입니다.
미래 먹거리 AI 사업, 속도 더뎌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1분기 매출은 1조9351억원, 영업이익은 10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콘텐츠 사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AI 사업도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2분기부터 중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AI 사업을 내세우며, AI 고도화를 위한 효율성 확보에 집중해왔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일부 계열사를 정리하고, 기술 고도화와 수익 기반 재정비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카카오는 올해 AI 에이전트 '카나나'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또 다른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카카오톡에 AI를 올해 안에 탑재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예정입니다. 오픈AI와 함께 개발 중인 새로운 AI 에이전트 서비스도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에는 자체 언어모델 '카나나-o'의 성능과 개발 후기를 공개했습니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나나-o는 텍스트, 음성, 이미지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하는 모델로, 이미지 특화 모델인 '카나나-v'와 오디오 이해 및 생성 특화 모델인 '카나나-a'를 병합 학습 방식으로 통합했습니다. 이를 통해 텍스트 기반의 거대언어모델(LLM)에 시각과 청각 기능을 확장한 멀티모달 LLM을 구현했다는 설명입니다.
카카오는 다중 턴 대화 처리, 양방향 데이터 동시 송수신 기술 능력 강화, 부적절한 응답 방지를 위한 안정성 확보 등을 목표로 '카나나-o' 연구개발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다만 경쟁사에 비해 개발 및 서비스 출시 속도가 더딘 점이 문제로 지목됩니다. 가령 네이버는 이미 자체 개발한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광고를 비롯한 '온서비스 AI' 전략을 진행 중입니다. 특히 올해 커머스와 검색에 AI 기술을 도입해 사업 확장을 추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출시된 AI 기술 기반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경우 4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44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증권가도 카카오가 AI 기술에 대한 구체적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AI 기술을 이용해 자사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는 반면, 카카오는 카나나 AI가 출시되면 매출 연결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구체적인 서비스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IT업계는 카카오가 후발 주자라고 하더라도 AI 기술 서비스화, 수익화로 이어질 로드맵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IT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단순히 기술 개발이 아닌, 이를 어떤 방식으로 실제 수익과 연결시키느냐에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1일 자체 언어모델 '카나나-o'의 성능과 개발 후기를 공개했다. (사진=카카오)
AI 시장 무게중심은 멀티모달→경량모델으로 이동
AI 시장의 무게중심이 멀티모달에서 경량화 모델로 이동하는 가운데 카카오는 아직 소형 모델 관련 전략이나 서비스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AI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중인데요.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7년까지 AI 소규모 모델 사용량이 대규모 모델보다 최소 3배 이상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오픈AI, 제미나이, 클로드, 그록 등 기능이 다양한 범용 LLM이 주목 받지만 메타, 라마 3.1,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이, 구글의 젬마 SLM 등 소규모 모델이 특정 업무를 위한 비용 효율적 대안으로 속속 등장 중입니다. 네이버 역시 최근 하이퍼클로바X 경량 모델인 시드 3B, 1.5B, 0.5B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습니다.
SLM의 시장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카카오 역시 멀티모달 기술 외에도 경량화된 모델 개발 전략을 병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전성민 가천대경영학부 교수는 "딥시크 이후 경량화 모델이 나오고 있고 다른 기업들도 노력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보면 카카오도 이런 영역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될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생성형 AI를 보면 현재는 월정액 비즈니스 모델만 있는 상황이지만 향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될 여지가 많다"며 "SLM의 핵심은 특정 산업 영역에서 사람들의 지불 의사를 높여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2분기부터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하나로 AI사업을 내세우며 AI 고도화를 위한 효율성 확보에 집중해왔다.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