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부국 '주저'…미래에셋은 자사주 먼저 태웠다

자사주, 방패에서 족쇄로…지배력 구조 흔들
보유보다 활용이 관건…'어떻게 썼는가'로 평가

입력 : 2025-06-10 오후 3:30:16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이재명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침에 자사주 보유 회사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자사주 소각에 앞장서며 주주 등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지만 신영증권(001720)·부국증권(001270)·대신증권(003540) 등은 현재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습니다. 기업들의 자사주 보유량에 더해 자사주 활용 내역까지 시장의 관심이 되고 있습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전체 주식의 51.23%를 자사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창업주 일가의 지분은 20.64%에 불과해 자사주가 사라지면 회사를 지키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신영증권은 1994년부터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왔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없앤 적이 없습니다. 이를 두고 자사주를 이용해 실제로 경영권을 유지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사주 소각 논의는 새 정부가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자사주를 오너일가가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배당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바로잡고, 자사주 본래의 기능인 주주 환원과 자본 효율성 제고로 되돌리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사주 소각을 기업에 사실상 의무화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그간 기업들이 자사주를 잘못 써온 관행을 바꾸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정책으로 자사주 소각이 강제될 경우 기업의 지배구조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최근 신영증권은 오너 경영 체제에 마침표를 찍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 중입니다. 원종석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이동하면서 20년 만에 대표이사직을 외부에 맡긴 셈입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권고에 따른 조치라는 평가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오너일가의 경영권 약화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시장 일각에서는 신영증권이 자사주 소각 제도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상장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전체 주식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가 차지하고 있고 최대주주 일가 지분보다 약 2배 가까이 많아 소액주주와 손잡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자사주가 없어진 이후에는 기존처럼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회사가 스스로 상장폐지를 택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부국증권도 비슷한 구조입니다. 자사주는 42.7%, 대주주 일가 지분은 30% 수준입니다. 이를 합치면 70%를 넘지만 자사주가 빠질 경우 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부국증권이 자사주를 '지배력'보다 '배당을 더 많이 받기 위한 수단'으로 써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실제로 실적이 좋지 않아도 매년 많은 배당금을 주고 있고 오너 3세인 김상윤 유리자산운용 부사장은 최근에도 지분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대신증권도 자사주로 지배력을 유지해온 사례입니다. 자사주 비중은 25.1%이며, 최대주주 일가 지분은 15.99%로 자사주를 포함한 지분율은 41.16%에 이릅니다. 그동안 고배당 기조를 유지하며 주주환원정책을 강조해왔으나 시장에서는 자사주 활용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기능해온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양홍석 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자사주를 상여로 지급받는 등 내부 거래가 꾸준히 이뤄졌습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달랐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자사주 1억주를 없애겠다고 발표한 뒤 올해 상반기까지 2750만주를 소각했습니다. 박 회장은 "자사주를 없애서 주주 가치를 높이고 신뢰를 얻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결정 이후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올해 140% 넘게 오르며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를 쌓아두기만 하는 기업은 더 이상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사주는 회사의 현금, 즉 모든 주주의 자산으로 산 것인데 일부 대주주가 자기 이익을 위해 쓰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주주의 이익 챙기기를 막고 일반 주주의 권리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자사주가 있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왔는지가 기업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은 "자사주를 무조건 없애라고 하면 기업 반발도 있을 수 있지만 이번 논의는 자사주를 왜,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국장부활TF) 소속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상법 개정안 재발의 기자회견을 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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