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미국과의 경제·안보 협상을 둘러싼 셈법이 더욱 복잡할 전망입니다. 특히 경제·안보 협상과 무기판매를 연계하는 트럼프 외교 기조에 따라 글로벌 방산시장의 수출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압박과 관련해서도 추가적 비용부담은 불가피하나 방산협력 등을 내세운 충격 완화 '딜'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미 손절 나토·캐나다…반사이익 감소 예상
12일 관가와 기관 등에 따르면 오는 15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G7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취임 후 첫 다자외교 무대의 시험대이자, 한·미 정상 간 협상에 있어 중요 기점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통화를 통해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트럼프 정부 집권 이후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안보협력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제·안보 레버리지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미국의 안보 자산을 지렛대로 한 관세 협상, 방위비 분담금 등이 대표적입니다. 산업연구원 측의 분석을 보면, 미국의 경제·안보 정책의 변화로 유럽, 캐나다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은 대미 안보 의존도를 줄이고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8000억유로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발표한 유럽은 미 안보 의존도 축소 및 회원국 내 결속을 강조하는 등 유럽연합(EU) 대출금 1500억유로, 회원국 예산 6500억유로의 재원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국방 지출을 위한 재정적자는 EU 재정규정(GDP 대비 재정적자 3% 이내)의 예외로 사실상 '국방비 증액'을 공식화 했습니다.
미국산 F-35 전투기 구매 재검토 방안을 발표한 캐나다도 국방예산의 12%를 자국 무기 구매에 우선 배정하는 등 '미국산 무기체계 의존도' 낮추기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나토 국가들은 글로벌 국방예산의 확대를 주도하는 등 지난해 글로벌 국방예산만 2조7000억달러 규모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9.3% 증가한 수준으로 가파른 시장 확대가 미국, 유럽, 한국 등 신흥국 사이에서 글로벌 방산경쟁의 심화를 불러온다는 분석입니다.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은 시장 확대로 K-방위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럽의 역내 방산 협력이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도 한국엔 기회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유럽 역내의 공급망 강화로 K-방산수출의 둔화 가능성이 있다는 게 산업연 측의 분석입니다.
심순형 산업연 부연구위원은 "유럽방위청(EDA)이 주도하는 대규모 공동조달 및 역내 방산협력이 현실화될 경우 유럽의 방산공급망 회복이 가속화될 예정"이라며"유럽의 공동조달 프로그램과 대형 지원사업이 2025~2027년에 집중된 만큼, 이르면 2030년 내 우리 방산업체들이 누리던 반사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2일 산업연구원의 산업경제이슈를 보면, 유럽방위청(EDA)이 주도하는 대규모 공동조달 및 역내 방산협력이 현실화될 경우 유럽의 방산공급망 회복이 가속화될 예정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방위비 압박…RDP-A·함정 MRO 등 전략화
방위비 분담금 압박을 기점으로 한·미 양국 간 방산협력 위축도 우려할 부분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표면적으로 100억달러의 방위비 분담금 지출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은 약 1조5200억원(11억3000만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0.07% 수준입니다. 일본(0.04%), 독일(0.003%)보다도 높습니다.
만일 방위비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될 경우 첨단 무기체계 공동개발, 미국 방산 공급망 진입 등 한·미 방산협력에 지장과 미국 대비 외교적 영향력이 낮은 한국은 수출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때문에 한·미 방산협력을 위한 제도적 토대 강화와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협력, 유럽·중동 등 미국업체 경쟁지역의 범부처 수출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심순형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SM-3 무기체계 공동개발 과정에 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을 체결했다. 한·미 RDP-A 등 양국 방산협력의 확대를 위한 제도적 절차를 매듭지어야 한다"며 "한·미 경제·무역 협의에서 RDP-A를 협상 안건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상호 방산조달 시장을 개방하는 RDP-A 협정은 미국산우선구매제도(BAA), 한국산우선제도(KDC) 등 방산시장 진입장벽에 대한 면제 혜택이 부여됩니다. 바이든 정부 시절 한·미 양국은 협정에 착수했으나 현재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함정 MRO 등 양국 간 방산 협력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RDP-A 체결의 필요성을 미국 측에 적극 관철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방위비 분담금 압박 대응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나 분담금 집행방식 변경이나 방산협력 등을 내세워 비용인상의 충격을 최대한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분담금 총액 지급 이후 미군이 집행하는 방식에서 한국이 직접 비용을 집행하는 계정의 비중을 늘림으로써 중복 되거나 불필요한 비용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범부처 수출지원의 필요성도 제시했습니다. 그는 "유럽·중동 등 미국업체와의 경쟁지역에서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최근 중동 국가들이 방산제품과 원유·광물 현물거래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현물거래 관련 프로세스 구축, 거래 담당기업 발굴 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 2025(MADEX)'에 최첨단 방산기술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