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최근 중국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과 반론이 오가는 가운데, 한국 게임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 등 외신은 최근 텐센트 관계자가 넥슨 창업자인 고 김정주 회장 가족에게 넥슨 인수를 타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알려진 제안액은 150억 달러(약 20조4800억원)입니다.
하지만 중국 매체 'IT의 집'은 텐센트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사실무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NXC는 낭설 여부에 대해 확언하지 않았습니다. NXC 관계자는 "자사는 시장의 루머와 추정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넥슨 판교 사옥. (사진=넥슨)
이번 인수설이 주목받은 이유는 넥슨의 상징성과 텐센트의 영향력 때문입니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4462억엔(4조9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연간 매출 4조원 돌파는 국내 게임업계 첫 사례입니다.
이런 가운데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이 흘러나오자 한국 대표 게임사와 계열사가 줄줄이 중국 회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일었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넥슨 지배구조는 김 전 회장 일가→NXC→넥슨(일본)→넥슨코리아→기타 계열사로 이어집니다. 지난해 기준 NXC 지분은 고 김정주 전 회장의 유족이 69%를 갖고 있습니다. 유정현 의장이 34%, 장녀 김정민씨와 차녀 김정윤씨가 각각 17.5%씩 NXC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NXC는 일본에 상장된 넥슨 지분 29.6%를 보유 중입니다. NXC가 지분 100%를 가진 벨기에 소재 투자 법인 NXMH는 일본 넥슨 주식의 14.4%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텐센트는 1998년 중국 선전에 세워졌고 2004년 6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됐습니다. 현재 위챗과 QQ 등 소셜 미디어 사업과 광고 플랫폼, 클라우드, 게임 산업 등을 영위 중입니다. 게임의 경우 라이엇게임즈와 슈퍼셀 등 유명 게임 스튜디오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와 프롬소프트웨어, 크래프톤과 시프트업, 유비소프트 등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넥슨, 그라비티, 넷마블 등은 텐센트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 주요 게임의 중국 서비스도 텐센트가 하고 있는데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시프트업(462870)의 '승리의 여신: 니케' 등을 현지 서비스합니다. 텐센트는 게임 사업 성장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매출 1800억 위안(34조1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보다 13% 오른 수치입니다.
텐센트는 한국 게임사 지분을 확보하고 이사직도 꿰차고 있습니다. 시프트업은 김형태 대표 및 특수 관계자 지분율이 39.21%인데, 텐센트 자회사 에이스빌이 34.76%로 2대 주주입니다. 또 다른 자회사 한 리버 인베스트먼트는 넷마블 지분 17.52%를 확보했습니다. 홍콩 자회사 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는 크래프톤 주식의 13.73%를 갖고 있습니다.
넷마블(251270)에선 리나촨 텐센트게임즈 사업개발총괄, 시프트업에서 샤오이마 텐센트 홀딩스 수석부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게임사 입장에서 텐센트와의 밀월 관계는 장점이 많습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퍼블리셔로서 텐센트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며 "중국 현지에서 게임 운영 경험이 풍부한 데다 판호 발급에 미치는 영향력을 볼 때 한국 회사로서는 텐센트와의 협력이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보통 투자자들은 출시 일정을 포함해 게임의 여러 부분에 간섭하는데 텐센트 계열 투자사들은 1조원 미만 투자사의 게임 개발 방침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며 텐센트 투자의 긍정적인 측면에 힘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이 오히려 한국 게임사의 중국 종속에 대한 위협을 키우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업 대 기업으로 보면 텐센트가 한국 게임의 해외 진출 발판이자 주요 투자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국가 간 관계로는 한국 게임의 중국 종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넥슨 같은 대형 게임사를 인수할 경우 한국 게임사에 대한 재투자가 줄고, 한국 게임사 매출이 텐센트에 제공하는 로열티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학계에선 게임업계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김태규 인제대 게임학과 교수는 "모바일 게임 위주로 개발하던 한국 회사들이 경험이 부족한 콘솔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했는데, 텐센트가 인수해 자금력을 동원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런 자금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나머지 회사들은 살아남기 어려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