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법원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신청을 허가함에 따라 홈플러스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4일 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110여일이 훌쩍 넘었지만 이제껏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진 못했는데요.
그간 회생 개시 후 영업에만 집중했던 홈플러스가 '통매각' 전략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새 주인 찾기 역시 급선무로 떠올랐습니다. 관건은 청산가치인 3조7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기업이 나타나느냐인데요. 오프라인 유통 업황의 침체가 심각해 인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최근 홈플러스의 인가 전 M&A 추진과 매각 주간사 선정 허가를 결정했습니다.
회생법인이 지정한 조사위원 삼일회계법원이 이달 12일 법원에 제출한 조사보고서에는 홈플러스의 청산가치(약 3조6816억원)가 계속기업가치(약 2조5059억원)를 상회한다는 평가가 담겼습니다. 이에 관리인은 조사위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지난 13일 서울회생법원에 인가 전 M&A를 신청한 바 있는데요.
법원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높지만 계속 영업을 통한 임직원의 고용 보장 및 협력 업체 보호, 채권자들의 채권 변제를 위해, 채권단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관리인이 신청한 인가 전 M&A를 승인하고 매각 주간사를 삼일회계법인으로 선정했습니다.
법원 승인에 따라 관리인은 인가 전 M&A를 신속하게 마치고,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을 조기 변제한다는 방침인데요. 다만 세간에 거론됐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분할 매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홈플러스 측 설명입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각은 신주인수 방식으로 진행되며, 원활한 매각을 돕기 위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보유하고 있는 2조5000억원 상당의 보통주를 모두 무상 소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이에 인수 자금은 모두 홈플러스로 유입돼 재무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렇게 홈플러스가 분할 매각 선택지를 지우며 통매각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홈플러스 회생절차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홈플러스의 매각 핵심은 3조7000억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한 매수자를 찾느냐입니다. 인수 대금은 청산가치 보장 원칙에 의거, 이를 웃도는 금액이어야 합니다. 다만 홈플러스의 경우 일반적 기업과 달리 생활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하고 다양한 협력사를 산하에 두고 있는 만큼, 채권단 의견 수렴 여부에 따라 청산가치 이하 가격에 책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문제는 홈플러스 인수를 타진할 기업의 윤곽이 아직까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업계에서는 인수와 관련해 GS리테일, 한화, 농협, 알리익스프레스 등 유통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접촉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홈플러스의 경우 국내 2위 대형마트 업체라는 탄탄한 인지도를 갖추고, 서울 및 수도권의 고객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에 상당수 대형 점포를 두고 있는 강점을 확보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유통 업계 M&A 시장 전반에 걸쳐 냉기류가 감돌고 있는데다, 유통의 축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대형마트 업황 자체가 점차 사양화되고 있는 점은 인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수년간 대형마트의 경쟁력 저하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홈플러스 인수가 쉬워 보이지 만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통매각 방식은 현재로서는 더 적합한 방법이다. 익스프레스를 자칫 분할매각할 경우, 본진인 홈플러스의 매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한 확률 높은 선택을 한 것임엔 분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고양시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