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앵커PE·TPG, 리캡 '쓴맛'…카뱅 주가 상승에도 못 웃어

주가 상승에 배팅한 리캡 전략 실패
FI 비중 21%…오버행 우려 '여전'

입력 : 2025-06-27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4일 17:3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홍콩 사모펀드 회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와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TPG캐피탈이 최근 주가가 대폭 상승 중인 카카오뱅크(323410)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앞서 카카오뱅크의 주가 상승을 내다보고 리캡(자본재조정) 전략을 택했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하락하면서 엑시트 시점을 놓친 게 벌써 4년째다. 다만 대규모 물량출회(오버행) 문제와 고평가 논란 등도 여전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앵커PE와 TPG캐피탈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은 각각 1064만주(2.23%)다. 앞서 앵커PE는 100% 자회사인 IPB.ltd를 통해, TPG캐피탈은 관계회사인 keto Holdings,L.P.를 통해 Pre-IPO 단계에서 카카오뱅크에 2500억원(주당 2만3500원)을 투자했다.
 
통상 재무적투자자(FI)는 상장 이후 의무보호예수(락업) 기간이 종료됨과 동시에 지분 매각을 통해 차익을 얻는다. 그러나 앵커PE와 TPG캐피탈은 2021년 8월 카카오뱅크 코스피 상장 이후 6개월 만에 락업이 해제됐음에도 약 4년간 지분을 처분하지 못했다. 당시 FI로 참여했던 우정사업본부가 1524만주, 넷마블이 762만주를 상장 직후 매도한 것과 비교하면 엑시트 시점이 크게 늦춰진 것이다.
 
판교 카카오뱅크 사옥 내부 (사진=카카오뱅크)
 
주가 상승에 배팅한 리캡 전략 실패
 
그동안 앵커PE와 TPG캐피탈이 엑시트하지 못하고 주주로 남아있던 이유는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 때문이다. 이들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리캡을 거쳤는데, 그 과정에서 엑시트 시점을 놓쳤다. 이후에도 카카오뱅크 주가가 오르지 않아 시장 상황만 살폈다. 리캡이란 투자 후 보유 주식이나 자산을 담보로 새로운 차입을 일으켜 기존 투자금을 대체하는 구조로,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급등하면서 초기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평가이익을 안겨주었다. 공모가는 3만9000원이었지만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첫날 6만9800원을 기록했고, 장중 9만44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6개월 후 4만원대로, 1년 뒤엔 3만원대로 주저앉더니 이후 2만원선으로 떨어졌다.
 
앵커PE와 TPG캐피탈의 경우 매각제한 기간 종료 이후 곧바로 엑시트를 단행하기보단 리캡을 추진했다.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하자 다른 FI들과는 달리 추가적인 가치 상승을 도모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앵커PE는 2021년 11월 한국투자증권 주관으로 카카오뱅크 지분 2.24%를 담보로 약 3400억원의 자금을 조달, 선제적으로 일부 투자금 회수를 완료했다. 당시 담보로 제공된 지분 가치는 약 6340억원에 달했고, 이는 투자원금인 2500억원을 모두 회수하고도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였다. TPG캐피탈도 같은 방식으로 하나증권 주관으로 리캡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으로 대출액이 담보 가치를 웃돌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리캡 당시 약 6340억원에 달했던 카카오뱅크 주식 가치가 대출금 3400억원을 밑돌았고, 담보인정비율(LTV)이 100%에 달하면서 추가적인 상환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렀다.
 
앵커PE는 결국 지난해 11월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직접 자금을 투입해 대출액 일부를 상환했다. 앵커PE는 대출금 3400억원 중 일부 자금을 갚고 남은 2260억원에 대해 1230억원을 투입해 LTV를 40%대로 줄였다. 대출 금리는 6.2%로, 만기는 2년 6개월로 설정됐다. TPG캐피탈의 경우 2023년 7%대의 금리로 리파이낸싱을 단행했다.
 
재무적 투자자 비중 21%...오버행 우려 '여전'
 
결론적으로 앵커PE와 TPG캐피탈은 보호예수가 풀렸을 당시 곧바로 엑시트를 단행했더라면 약 2000억원 가량의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리캡 전략으로 이자는 꼬박 내면서 주가 상승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투자 원금은 회수했지만, 카카오뱅크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을 일부 상환하면서 사실상 원금을 다시 쏟아부은 모양새가 됐다. 설상가상 2021년 이후 금리 상승기에 진입하면서 금리 조건까지 불리해졌다.
 
최근 카카오뱅크 주가가 3만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엑시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오버행 이슈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에 투자한 국민연금(5.99%), 국민은행(4.88%), 서울보증보험(031210)(3.19%), 모건스탠리(1.68%) 예스24(053280)(1.19%) 등도 주가 상승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은 총 21.39%다. 이 외에도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말끔히 해소되지 못한 데다 카카오뱅크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가 넘어 증권가 평가도 박한 실정이다. 은행업종의 평균 PER는 4~5배 수준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분을 남겨둔 투자자들은 은행이 핀테크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카카오뱅크가 가진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을 것”이라며 “주가 상승에 배팅한 리캡 전략이 투자금 회수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 시기에 은행의 성장성이 높아진다는 공식도 주가가 하락하면 역으로 이자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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