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유영진 기자] 금융당국이 MG손해보험의 계약 이전과 매각을 동시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자본력을 갖춘 원매자가 등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CEO) 연임 이슈가 있거나 보험사 인수가 필요한 금융사가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시장에서는 설익은 관측이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재매각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반증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수 의향자 등장 촉각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MG손보 인수 후보군으로
기업은행(024110)에 이어
우리금융지주(316140)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이 MG손보 청산에서 매각 재추진으로 급선회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매각에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책금융기관이나 정부와 관계 개선이 시급한 민간 금융사가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MG손보 매각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MG손보 관계자들을 비롯해 여당과 정부에서도 인수 가능성이 있는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보험사 노조와의 면담에서 MG손보 인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는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임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끝나는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연임 이슈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임 회장 취임 이후 한국포스증권과 동양·ABL생명을 줄줄이 인수하면서 금융그룹 모습을 갖춰가고 있지만, 대규모 횡령과 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부실이 연임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정부에서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그의 이력도 연임 가도에 걸림돌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MG손보 인수에 뛰어들 경우 정부 부담을 덜어주면서 임 회장 연임 등을 통해 경영 연속성을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은 계열사 지원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00% 수준인데요. 증권사와 생명보험사를 인수한 이후에도 이중레버리지비율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 역시 보험사 M&A 단골 후보로 꼽히는 금융사입니다. 하나금융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규모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아 보험사 포트폴리오 확장이 시급합니다. 지난 2023년 KDB생명 인수전에 참전하기도 했는데,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새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인수를 최종 포기한 바 있습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MG손보 인수 타진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아직 희망 회로 불과"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MG손보 정리 방향은 청산에서 매각 재추진으로 급선회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MG손보 정리를 위한 가교보험사(가칭 예별손해보험)의 보험업 조건부 허가를 의결했습니다.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되는 해당 가교보험사는 MG손보의 보험계약을 향후 2년간 유지·관리하기 위한 한시적 법인으로, MG손보의 자산과 부채를 이전받게 됩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MG손보 인수 의향 확인 절차도 병행하며 매각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MG손보 노조가 가교보험사는 설립하면서도 연내 MG손보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에 합의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 같은 방침은 금융당국이 당초 밝혔던 MG손보 청산 결정을 뒤엎은 것입니다.
금융당국의 입장 선회는 MG손보 노조가 새 정부 출범 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상황이 반전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노조에서는 고용 승계에 입각한 회사 매각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습니다.
다만 MG손보 매각 재추진을 두고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금리 하락 기조 아래 보험 업종의 상승 동력이 한풀 꺾인 가운데 MG손보 자체가 M&A 매물로서 매력을 찾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는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메리츠화재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나섰지만, MG손보 노조는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채 이전 방식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세워 결국 무산됐습니다. MG손보는 재정 부실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올해 1분기 기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2441억원으로 드러나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도 금융당국의 경과 조치 후 -18.2%로 나타났습니다.
MG손보 정상화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인수 의향자를 물색하기에는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MG손보의 내재 가치에 주목하는 원매자가 나타나야 한다"며 "인수 의향이 있을 것 같은 금융사 이름이 거론되고 있기는 한데, 아직까지는 매각을 희망하는 측의 희망 회로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의 MG손해보험 본사.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