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게임사 첫 파업에 나선 넥슨 산하 네오플 노조가 'DNF 유니버스 2025' 취소에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넥슨지회 네오플분회는 18일 <뉴스토마토>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2차 창작을 준비해 오신 유저 여러분께서 입으신 경제적·심리적 피해에 대해 조합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오랫동안 애정을 담아 준비하셨을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행사 취소를 노린 적은 없으며 파업 때문에 하지 못할 행사도 아니었다고 항변했습니다.
'DNF 유니버스 2025' 취소 공지. (이미지=던전앤파이터 웹사이트)
"행사 맞춘 파업 아냐"
앞서 넥슨은 8월9~10일로 예정된 'DNF 유니버스 2025' 행사를 취소한다고 15일 공지했습니다. 이 행사는 넥슨 주요 게임인 '던전앤파이터' 20주년을 기념해 던파 IP(지식재산권) 활용작이 한데 모이는 대규모 축제로 준비 중이었습니다.
행사를 기다려온 사람들은 이번 행사 취소의 원인으로 파업을 지목했습니다. 앞서 노조는 인센티브제인 'GI(신규 개발 성과급)' 개선과 초과이익분배금(PS) 4% 지급, 근로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이달 7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2024년 네오플 영업이익 약 9824억원 중 약 393억원을 전 직원(비조합원 포함)에게 성과별로 분배해 달라는 겁니다. 사측은 이미 성과급을 충분히 줬으며 이달도 지급이 예정돼 있다고 맞섰습니다.
노사가 출구를 찾지 못한 사이 약속된 행사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측은 결단을 내렸고 2차 창작 장터를 준비한 작가와 행사를 기다려온 팬들이 공분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단지 파업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돌연히 취소될 만큼 허술하게 기획된 행사가 아니었다"고 항변했습니다. 노조는 이번 행사 대부분을 미리 준비했다고 판단했기에 사측의 결정에 당황했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모든 콘텐츠를 충분한 완성도로 선보이기 어렵다"는 사측 공지와 정면으로 대치됩니다.
네오플 노조는 이번 행사와 관련해 "특정 업무를 지목해 거부를 지시하거나 진행을 방해한 사실이 없다"며 "파업의 영향으로 일부 내용이 영향을 받았을 수 있고 그것으로 쟁의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실무자들과 유저 모두 오랜 시간 기다려 온 프로젝트가 이처럼 모든 일정을 통째로 중단하며 마무리된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제주 네오플 노조 집중 결의대회 현장. (사진=네오플 노조)
의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노조의 전면 파업 기간은 7월7일부터 8월8일까지입니다. 이는 행사 예정일인 8월9일 전날입니다. 이 때문에 노조가 처음부터 던파 20주년 행사를 염두에 두고 전면 파업 일정을 정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인데요. 이 역시 결과론에 따른 오해라는 게 노조 입장입니다.
네오플 노조는 "행사에 맞춰 파업 일정을 정한 게 전혀 아니"라고 단언했습니다. 올해 노사 교섭은 1월7일 시작됐습니다. 4월29일 8차 본교섭이 결렬됐고 5월 세 차례 지방 노동위원회 주관 조정이 있었습니다. 같은 달 26~28일 투표 결과 조합원의 93.48%가 쟁의에 찬성했습니다. 6월 제주와 서울에서 야근과 조기 출근 거부, 3일간의 전면파업과 조직별 순환 파업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마지막 수단으로 내린 결정이 한 달간의 전면 파업이었고, 그 시기가 던파 행사와 맞닿았다는 주장입니다. 조합 일정은 민주노총 차원이 아닌 내부 논의 결과라고도 밝혔습니다.
노조는 서면을 통해 "결과적으로 파업 시기가 행사와 겹치게 돼 유저 여러분께 오해를 드릴 수 있었던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조합의 본질적인 목적은 행사를 방해하거나 유저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노동 환경 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조속히 피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게 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회사에 논의를 제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던파 유저들은 이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노조와 사측이 PS 4%를 두고 교착 상태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노조는 PS 4%가 무조건적인 균등 분배를 뜻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교섭 초기부터 성과를 반영한 차등 지급도 허용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고 했습니다. 이 수치는 설문과 업무 기여도, 2024년 회사 전체의 성과 등을 고려해 산출했다는 게 노조 설명입니다.
노조는 "교섭 도중 회사의 새로운 제안이 나온다면 충분히 검토하고 조합원에게 의견을 받을 예정"이라며 "회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지만 회사와 조합원의 제안과 의견이 모인다면 당연히 변경된 교섭 조건도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와 넥슨지회 네오플분회 관계자들이 11일 넥슨 그룹의 교섭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우리도 게이머…시스템은 고쳐야"
네오플 노조는 행사 취소 사태에 사과하면서도 파업의 배경 역시 조명받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노조는 "유저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특히 최근 행사 참여를 기대하셨던 많은 분의 실망과 우려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저희도 노동조합원 이전에 개발자이며 개발자 이전에 게이머라는 사실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구성원 대부분은 이 회사의 게임을 오랫동안 즐겨온 유저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누구보다 안타깝고 언제까지고 멈춰 있을 수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의 구조인 '항상 연장근로를 전제로 짜이는 일정'과 '기준조차 알 수 없는 성과 보상 체계'는 결국 누군가의 삶을 희생시키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 방식"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회사는 지속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조합은 이 시스템을 개선하면서도 서비스는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교섭의 문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저 여러분께서 느끼실 불안과 우려에 대해 저희도 절대 무겁지 않게 여기지 않고 있다"며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의미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