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이례적 이른 결론 예정…“충분한 조사·설명 필요”

사조위, 내년 6월 ‘최종보고서’ 발표 예정
사고 1년6개월 만…추락사 3년9개월 걸려

입력 : 2025-07-30 오후 2:57:48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규명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내년 6월에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민과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조사와 설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사고 원인의 핵심 요소인 엔진 정밀 분석을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결과를 먼저 내비치며, 최종보고서 발표 일정을 성급하게 정해놓는 것은 조사 공정성 시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3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사조위는 오는 2026년 4월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규명을 담은 ‘최종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두 달 뒤인 6월에 보고서를 공식 발표할 계획입니다. 사조위 관계자는 “내년 6월 이내에 최종보고서 완결을 목표로 조사하고 있다”며 “사조위가 최대로 (조사)할 수 있는 기간을 목표로 설정한 것이며, 조사 상황에 따라 (결과 발표는) 유동적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조위가 계획한 일정대로라면 사고 발생일로부터 불과 1년6개월 만에 최종보고서가 발표되는 셈입니다. 이는 대형 항공 참사 사례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편입니다. 157명이 숨진 에티오피아항공(ET302편) 사고의 경우 최종보고서 발표까지 3년9개월이 걸렸고,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 역시 2년3개월이 소요됐습니다. 생존자 전원 구조로 인명 피해가 없었던 대한항공 세부 막탄공항 활주로 이탈 사고조차 2년5개월 뒤인 올해 3월에 최종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더구나 참사 원인을 규명할 핵심 단서인 블랙박스(비행기록장치, 조종실음성기록장치) 기록이 사고 4분 전부터 모두 중단돼 원인 규명 파악에 한계가 있는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최종 원인 규명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고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날 경우 1년6개월 이내 최종보고서 발표가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조사와 설명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뢰를 얻기 어렵고 논란도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조사 상황에 따라 최종보고서 발표 시점은 앞당겨질 수도, 지연될 수도 있다”면서 “중요한 건 조사 내용의 신뢰성 확보이며, 사조위가 앞서 밝힌 ‘손상이 덜한 왼쪽 엔진을 조종사가 껐다’는 내용이 최종보고서에서 객관적 자료로 입증되지 않으면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도 “1년6개월 내 최종보고서 작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제주항공 참사는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중대 사고로 인적 요인 조사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종보고서 공표 시점은 원인이 충분히 설명될 때”라고 했습니다. 
 
사조위는 지난 19일 사고 당시 기장이 조류 충돌로 손상된 두 엔진 중 손상이 심한 오른쪽이 아닌, 왼쪽 엔진을 끈 정황을 확인했다고 유족 측에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손상이 덜한 왼쪽 엔진’에 대한 정량적 근거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사조위가 최종보고서를 내기도 전에 사실상 ‘결론’에 해당하는 내용을 외부에 전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항공 사고의 경우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에는 중간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왼쪽 엔진을 껐다는 사실을 사조위가 공개한 것은 사실상 중간보고에 해당한다”며 “최종 결과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결과’만을 내비친 것이 절차적 공정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사조위가 최종보고서 발표 전에 ‘엔진 정밀 분석 결과’ 브리핑을 진행하려 했던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조사 결과에 대한 설명과 검증이 부족한 채 발표되는 최종보고서라면, 엔진 작동 정지, 참사를 키웠다고 지목된 둔덕 등 사고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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