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한항공, 호반 품에?…“산은 지분 매각 없다”

고위 관계자 “경영권 분쟁 시 지분 매각 불가”
"국적항공사 일정 지분 정부가 갖고 있어야"
시세 차익 노린 투자…개미들만 피해 볼 듯

입력 : 2025-08-13 오후 5:13:06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주요 지분이 이달 말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진칼 경영권 분쟁 재점화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9.06% 지분이 사모펀드 만기 도래로 이달 말 매각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진칼 경영권 확보에 도전하고 있는 호반그룹이 이를 매입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선 조원태 한진칼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 19.96%를 비롯해 델타항공(14.9%), 산업은행(10.58%) 등 우호 지분을 합하면 50%를 훌쩍 넘는 까닭에 호반의 경영권 확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이와 관련해 한진칼의 경영권 향방을 가를 산업은행의 내부 기류도 지분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3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진칼 지분을 보유 중인 대신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만기가 이달 말 도래합니다. 대신자산운용(4.90%)과 유진자산운용(4.16%)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9.06%인데, 시장가격은 9000억원대로 추산됩니다. 호반그룹이 대한항공 경영권에 확보에 나선 상황에서 추가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 셈입니다. 호반건설은 2022년 3월 이후 KCGI로부터 한진칼 주식을 매수한 뒤 꾸준히 보유 물량을 늘려왔습니다. 지난 5월12일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수하며 지분율을 18.46%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 결과, 호반건설과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19.96%) 간 지분 격차가 약 1.5%포인트까지 좁혀지면서 조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초래됐습니다. 여기에 맞서 한진칼은 지난 5월15일 자사주 44만44주(0.66%)를 한진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을 확대하면서 방어에 나섰습니다. 
 
재계에선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잖습니다. 조 회장으로선 우호 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조 회장은 한진칼 주요 주주인 델타항공(14.9%) 등을 우군으로 확보하고 있고, 한진칼 지분 3.85%를 보유한 네이버와 GS그룹, 한일시멘트 등도 우호 주주로 분류됩니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과 ‘백기사’의 합산 지분율은 50.12%로 추정됩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을 누가 차지할지가 초미의 관심으로 부상하기도 했습니다. 산은은 지난 2020년 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돕기 위해 한진칼 지분 10.58%를 취득하며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에는 통합이후관리(PMI) 이행 책임 등의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산은 고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경영권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어느 한쪽에 지분 매각을 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매각하더라도 시장 경쟁입찰 방식인데 이마저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싱가포르 테마 색 같은 국부펀드 등 외국의 경우에도 국적 항공사의 지분을 보유한 사례들이 다수”라며 “특히 아시아나 부채 4~5조원을 감안하면 지분을 들고 있어야 채권 행사가 가능한 구조”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경영권 분쟁이 아니더라도 국적항공사 지분 10% 정도는 정부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한진칼 지분을 들고 있어야 아시아나 부채 문제가 터졌을 때, 한진그룹 지배구조 차원에서 개입해 채권 회수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시 한진칼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재 호반의 경영권 확보 시도로 인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다”며 산은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10.58% 매입 당시 5000억원 수준이었다”고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지금 당장 매각하지 않으려는 배경에는 가격 부담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2020년 말 5000억원 수준이던 해당 지분 가치는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약 8440억원으로 뛰었습니다. 산은 내부에서는 현재 주가가 기업의 실적이나 미래 성장 전망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됐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둘러 매각하면 일시적 고평가에 따른 변동성 위험을 떠안을 수 있어 시기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산은은 지분 매각 가능 시점을 대한항공·아시아나의 물리적 합병이 완료되는 2027년 1월로 설정해, 최소 2년 안에는 매각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물리적 합병이 끝나야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매각하려면 최소 2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볼 때, 산은은 당분간 한진칼의 ‘백기사’ 역할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조 회장 측 특수관계인 지분 19.96%에 산은(10.58%)와 델타항공(14.9%) 지분을 합치면 40% 중반에 이릅니다. 산은이 2년 뒤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45%를 넘겨 경영권 방어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지난 2018년 5월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를 맺으며 핵심 파트너가 됐다. (사진=델타항공)
 
특히 델타항공은 스카이팀 핵심 파트너로서 미주 노선과 환승 네트워크 시너지를 조 회장과 공유하고 있는 까닭에 우호 세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습니다. 지난 6월 제프 무마우 델타항공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은 델타항공의 인천-솔트레이크시티 직항 노선 취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조원태 회장과 현재 경영진을 높이 신뢰하고 있다”고 밝히며, 조원태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거듭 확인한 바 있습니다. 
 
건설업을 주력으로 하는 호반그룹의 항공산업 운영 경험이 전무한 점도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에 힘을 보탭니다. 항공업은 국가 기간 산업이자 고도의 안전·운영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로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업계에서는 호반이 장기 운영 명분 없이 시세 차익을 노리지 않는 한 경영권 참여 의지가 약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호반은 건설업계에서도 업력이 길지 않은데 대뜸 국가 기간산업에 뛰어들 명분이 약하다”며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 실현을 노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호반그룹도 한진칼 주식 매입이 단순 투자일 뿐 경영권 확보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습니다. 결국 지분 확보가 투자 목적이라면 이후 주가 급등 과정에서 개인투자자(개미)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한진그룹 경영권 구도는 산업은행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분을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산은이 경영권 분쟁이 끝나기 전까지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델타항공, LX판토스 등 조 회장의 우호 세력이 공고한 상황에서 2027년 합병 완료 시점 전까지 ‘호반발 경영권 위협’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입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오세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