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미국 관세 대응을 위한 릴레이 기업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하반기 수출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한 선주문과 반도체 호조 등에 따라 올해 7월까지 버텨왔지만 관세 본격화 등 8월 초 수출부터 예사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의 경우 유럽연합(EU) 등 타 지역 수출을 늘리고 있지만 대미국 수출 감소세가 장기화된 만큼, 새로운 무역 질서를 향한 발 빠른 전환과 적응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새로운 무역 질서 적응 지원"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7월 누적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3923억달러)과 비교해 32억달러 증가한 395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0.8% 증가한 수준으로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조와 관세를 앞둔 물량 밀어내기 등이 견인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1~7월 누계 수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지난 2022년 4112억달러 이후 4000억달러대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3년 1~7월 누계 수출액은 약 3574억달러, 지난해는 3923억달러에 그친 바 있습니다.
올해는 1분기 -2.3% 이후 4월 3.5% 증가, 5월 1.3% 감소, 6월 4.3% 증가세의 등락을 거듭해왔습니다. 올 1~7월 수출 품목 증감률을 보면, 반도체는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하는 등 879억8000만달러를 차지했습니다. 1~7월 역대 반도체 수출 실적을 보면, 올해는 880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22년 802억달러와 2024년 769억달러는 각각 2·3위 순위입니다.
컴퓨터는 6.9% 증가세로 6억9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무선통신의 경우는 4.0% 증가한 87억40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선박은 26.6% 급증한 162억2000만달러입니다. 바이오의 경우는 8.8% 늘어난 93억80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철강의 경우는 5.6% 감소한 183억3000만달러입니다. 석유제품은 16.7% 줄면서 257억7000만달러에 머물렀습니다.
김종우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은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제품가격이 떨어지며 감소세가 이어졌다"며 "철강 수출도 글로벌 경기둔화와 미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미 관세가 본격 시행된 8월 초순 수출이 14% 넘게 급감했다는 점입니다. 8월1일부터 열흘간 전체 무역수지는 11억8000만달러 적자행입니다.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미 관세,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어려운 수출 환경 속에서도 1~7월 수출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현장에서 땀 흘리며 헌신한 기업들의 노력 덕분"이라면서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무역질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한편, 현장의 구체적 애로를 해소함으로써 하반기 수출 동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수출 기업들과 릴레이 간담회 등과 관련해서는 "긴밀히 소통해 미 관세로 인한 피해 발생 여부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대체 시장 발굴, 세제·자금 지원 등 수출 지원 방안도 적기에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7일 경기 평택항 부두 야적장에 수출용 차량들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자동차 수출 감소 '5개월째'
특히 1~7월 자동차 수출은 0.4% 줄어든 421억9000만달러에 그쳤습니다. 국가별 증감률을 보면, 대미 수출이 15% 급감한 182억달러에 머물렀습니다. EU와 독립국가연합(CIS)으로의 수출이 각각 20%(91억달러), 54%(36억달러) 증가했지만 대미 감소로 전체 수출이 보합세를 기록한 겁니다.
미국향 자동차 수출 감소로 북미 지역 자동차 수출액은 13.1% 감소한 214만6600만달러에 그쳤습니다.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월 이후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연도별로는 지난 3월 27억8000만달러(-10.8%), 4월 28억9000만달러(-19.6%), 5월 25억1600만달러(-27.1%), 6월 26억9000만달러(-16.0%)로 집계됐습니다.
더욱이 미국이 수입차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7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4.6% 감소한 상황입니다. 북미는 27억5900만달러로 7.1% 줄었습니다. 중동 지역의 경우도 13.8% 감소한 3억8500만달러에 머물렀습니다.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생산량은 통상 환경 불확실성에도 전년보다 8.7% 증가한 31만6295대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8.8% 증가한 자동차 수출액 58억3200만 달러 중 친환경차는 10.7% 증가한 반면,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17.2% 감소했습니다. 7월 누계 생산량 242만7396대와 수출량 162만3356대로 보면 각각 0.4%, 2.6% 줄어든 수준입니다.
박태현 산업부 자동차과장은 "대미 자동차 및 부품 관세는 미국 현지 기준 7월30일 15%로 협상이 타결돼 무역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변화된 무역 환경에 국내 자동차산업이 신속히 적응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 기술개발, 신시장 개척 등 우리 기업이 필요한 지원을 계속해서 모색·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한미 관세 협상 결과 취약 업종에 대한 후속 지원 대책 이행을 비롯해 새로운 통상환경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지난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무역수지는 11억7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