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꿀벌 폐사를 막기 위한 방제 기술 인공지능(AI)이 도입됩니다. 꿀벌에 기생·폐사를 유발하는 해충인 꿀벌응애를 30초 안에 찾아내는 AI 기반 양봉 기술로 약제 오남용 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강원대학교(모창연 교수 연구팀)와 함께 AI 기반 꿀벌응애 실시간 검출장치 '비전(BeeSion)'을 공동 개발했다고 20일 밝혔습니다.
꿀벌응애은 겨울철 꿀벌 집단 폐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꿀벌 기생 해충을 말합니다. 꿀벌 발육에 직접 피해를 주거나 바이러스를 매개해 질병을 전파하는 등 폐사를 유발하지만 방제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농촌진흥청은 강원대학교(모창연 교수 연구팀)와 함께 AI 기반 꿀벌응애 실시간 검출장치 '비전(BeeSion)'을 공동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해 미국에서도 전체 꿀벌 군집의 62%가 폐사하는 등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꿀벌 피해가 심각한 상황을 겪은 바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꿀벌응애 번식이 활발한 여름철을 집중 방제 기간으로 정했지만 여름철 고온 환경이라는 점과 벌집 내부에 서식해 관찰이 어려워 방제 시기에 대한 애로 사항이 컸습니다.
한상미 국립농업과학원 양봉과장은 "숙련된 양봉인도 벌통 한 개를 정밀 관찰하는 데 30분 이상이 걸리며 고령 양봉 농가는 고온 다습한 여름철 야외에서 꿀벌응애를 찾아내기가 무척 어렵다"며 "이처럼 노동집약적이고 비효율적인 기존 방제 방식은 청년층이 양봉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비전'입니다. 비전은 AI 기술을 활용해 벌집판을 촬영하면 30초 이내에 꿀벌응애 존재 여부를 자동으로 판별할 수 있는 실시간 검출 장치입니다.
이 장치는 꿀벌응애 외에도 백묵병 등 질병 감염 꿀벌이나 날개 기형 꿀벌, 애벌레 이상 등 16가지 병해충 및 생육 정보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습니다. 또 감염 수준에 따라 방제 권고, 주의 단계, 집중 방제 등 과학적 방제 기준을 제시합니다.
특히 꿀벌 날개 속에 숨은 꿀벌응애도 찾아내는 등 해당 기술의 꿀벌응애 분석 정확도가 97.8%에 달하고 있습니다. 현장 실증에 참여한 양봉 농가는 "응애 검출이 빠르고 정확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라며 조속한 보급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농촌진흥청은 강원대학교(모창연 교수 연구팀)와 함께 AI 기반 꿀벌응애 실시간 검출장치 '비전(BeeSion)'을 공동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농촌진흥청)
해당 장치에 대한 특허출원을 마친 농진청은 올해 산업체에 기술이전하는 등 제품 생산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이후 현장 실증을 거쳐 2028년부터는 전국 양봉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할 계획입니다.
모창연 강원대 교수는 "정확한 밀도 측정을 통해 방제 시기와 약제 사용량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약제 오남용 방지 효과도 크다. 전문가나 양봉 농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손쉽게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방혜선 농진청 농업생물부장은 "이번 성과는 경험에 의존하던 양봉에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첫 사례"라며 "정밀 사양 관리와 병해충 예찰 자동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디지털 기반의 선제적 예찰 체계를 고도화해 꿀벌을 지키고 양봉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이번 정부의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농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농업 디지털 혁신 정책과 긴밀히 협력하며 양봉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