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올해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외국계 보험사 메트라이프생명이 위촉계약직인 보험설계사 모집에만 열을 올려 빈축을 샀습니다. 정규직을 생각하고 박람회에 발걸음을 옮겼을 청년 구직자들에게 위촉계약직인 보험설계사 취업으로 유도하면서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미셸 할라프 메트라이프 회장 겸 CEO가 지난달 24일 메트라이프생명 임직원들과 함께한 타운홀 미팅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메트라이프생명)
메트라이프, 톱5 도약 목표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5년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이달 20~21일 이틀 동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습니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이번 박람회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하고 은행·증권·보험·금융공기업 등 금융기관 76개사와 핀테크·IT 기업 4개사 등 80개사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을 가진 메트라이프생명은 박람회에 부스를 등록하고 처음 참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근 외국계 보험사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미셸 할라프(Michel Khalaf)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방한에 이어 국내 최대 금융권 채용박람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반대 행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금융그룹 메트라이프는 할라프 회장이 지난달 방한해 수립한 5개년 전략 아래 한국 시장을 주요 글로벌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있는데요. '360헬스(Health)'와 '360퓨처(Future)'로 전 생애주기에 걸쳐 고객의 미래 설계를 돕는 메트라이프의 대표적인 고객 중심 솔루션이 한국 고객의 니즈에 가장 잘 부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방한 당시 할라프 회장은 "한국이 이미 메트라이프 그룹 전체에서 상위 5대 시장 중 하나이며, 메트라이프는 오랜 전문성과 혁신을 바탕으로 한국 고객의 건강수명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법인 메트라이프생명에 대해선 "고객들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국 시장 내 톱5 비전 달성을 위해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영업 조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메트라이프생명이 올해 금융권 채용박람회에 참가해 적극적으로 채용을 확대한 것도 할라프 회장과 그룹 의지를 이어받아 2029년까지 국내 생명보험업계 톱5 보험사 도약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단추로 풀이됩니다. 국내 양질의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단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19곳 참가 보험사 중 설계사만 채용 '유일'
하지만 박람회 현장에선 청년 구직자들의 아쉬운 볼멘소리가 나왔습니다. 메트라이프생명이 일반적으로 정규직 채용을 희망하고 참석한 구직자들에게 위촉계약직인 보험설계사 채용만 문을 열어뒀기 때문입니다. 박람회 취지나 구직자 니즈와 괴리감이 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메트라이프생명이 양일간 채용한 직군은 보험재정전문가(FSR)가 유일했습니다. FSR은 고객 인생 전반에 걸친 위험 보장과 자산 관리 방향을 제시하는 금융 전문가를 뜻하며, 메트라이프생명의 전속 보험설계사를 지칭합니다. 이들은 고객의 재무 목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컨설팅을 통해 합리적이고 맞춤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람회에 참가한 19곳의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 중에서 보험설계사 직군만 채용한 곳은 AIA프리미어파트너스와 메트라이프생명 두 곳이었습니다. AIA프리미어파트너스가 AIA생명의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인 점을 감안하면, 채용박람회에서 설계사만 모집한 곳은 메트라이프생명뿐입니다.
반면 다른 보험사들은 영업 채널을 관리하는 영업 관리부터 △상품 개발 △전략 기획 △보험 계리·수리 △보험 심사 △IT △디지털 △경영 지원 △마케팅 △자산 운용 △리스크 관리 △IFRS17(회계제도)·손익 분석 △손해사정 등 다양한 직무 채용에 나섰습니다.
실제 메트라이프생명 부스에서 현장 면접에 참여했던 참가자 A씨는 "처음엔 다른 보험사들처럼 정규직 채용인 줄 알았는데, 와보니 보험설계사를 구하는 자리였다"며 "생각했던 직무가 아니라서 당황스러웠지만, 추후에 채용 조건 등을 따로 자세히 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위촉계약직 설계사만 모집 열중 부적절"
보험업권에서도 채용박람회에 와서 설계사 모집에만 치중한 메트라이프생명을 두고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익명의 보험설계사 B씨는 "설계사로 시작해 정규직이 되기도 하고, 보험업에선 실전 영업의 최일선에서 성과를 내는 중요한 직무"라면서도 "설계사는 잡코리아 등 인적자원(HR) 플랫폼에서 상시 모집으로도 채용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데 박람회까지 나올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험설계사 노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보험설계사는 정규직이나 계약직 채용도 아닌 위촉계약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에게 설계사 자리만 주려는 보험사에 채용 부스를 내어준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보험협회에서도 설계사만 채용하는 행태를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입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주최 측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참여 회원사 리스트 정도만 추려 확인했다”며 “채용 직군까지 상세히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채용박람회는 설계사 리쿠르팅 주 목적으로 참여한 것이고 오해가 있도록 안내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