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9일(현지시각)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는 중국 가전업체들의 혁신이 두드러졌습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중국 업체들은 국내 기업들의 제품을 모방하며 저가 공세에 나서는 등 ‘베끼기’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중국은 특히 로봇청소기와 휴머노이드 등 로봇 분야에서 혁신 기술들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도 공략하고 있습니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중국 하이센스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IFA는 1800여개 기업이 참여했는데, 이 중 중국 기업은 약 700곳이 참여했습니다. 참여 기업 3곳 중 1곳은 중국 기업인 셈입니다. 특히 로보락, 드리미, 하이센스, TCL 등은 로봇청소기와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로봇 기술을 선보이며 관심을 모았습니다.
하이센스는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하이봇’을 직원으로 소개했습니다. 로봇은 콘퍼런스 진행자인 데니스 리 하이센스 비주얼테크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며 손발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는 하이센스가 로봇을 통해 회사의 기술력을 강조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로보락은 내년 출시 예정인 ‘4 in 1 클리닝 콤보’를 선보였습니다. 세탁기·건조기·로봇청소기를 한데 모은 제품으로, 세탁기를 로봇청소기의 스테이션으로 두고 세탁기와 스테이션이 배수관을 공유하는 게 특징입니다.
드리미의 경우 세계 최초 계단을 등반하는 로봇청소기 ‘사이버 X’를 공개했습니다. 로봇이 계단을 마주하면 자동으로 이동을 돕는 ‘쿼드트랙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최대 25cm 높이 계단을 초당 0.2m 속도로 오를 수 있습니다. 이는 복층 구조로 이뤄진 유럽 가정집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TCL은 지난 CES 2025에서도 선보였던 인공지능(AI) 반려 로봇 ‘에이미’를 공개했습니다. 에이미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볼리’, ‘Q9’과 비교됐던 모델입니다. 집 안을 돌아다니며 가전을 제어하고, 사용자와 소통하는 ‘AI홈 허브’ 역할을 수행합니다.
IFA 2025에서 TCL은 AI 반려 로봇 '에이미'를 소개했다. (사진=연합뉴스).
현지 언론에서도 중국의 로봇 기술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베를린 지역지 베를리너 차이퉁은 “중국이 로봇과 AI 기술로 박람회를 주도하고 있으며 유럽은 힘겨워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볼리와 Q9을 선보이진 않았습니다. 대신 이번 행사의 주제인 ‘AI홈’ 구현을 위한 솔루션들을 선보이는 것에 집중했다는 게 국내 가전업체의 설명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서 중국 업체들은 로봇 기술 발전에 중심을 맞춰 제품들을 선보였다”면서 “이제 로봇 산업은 실질적으로 로봇이 우리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로봇이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집안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만큼,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AI홈 구현 과정에서 로봇은 집안의 영상·음성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면서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보안 체계는 필수로 구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