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이용된 DI동일…국민연금도 투자

2020년부터 투자 시작…주가조작 시기 비중 늘려
"피해자 이지만 투자배경·손익 등 밝혀야"지적도

입력 : 2025-09-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1000억원대 주가조작에 이용된 코스피 상장 기업 DI동일(001530)에 국민연금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연금은 2020년부터 적어도 5년간 DI동일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적발된 주가조작 사건의 피해자 중 하나가 됐지만 국민의 노후자금이 들어간 기금인만큼, 투자 경위와 손익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25일 DI동일(2분기 IR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DI동일 4.09%(7월25일 기준)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 중 하나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국내주식 투자종목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0년 2.8%(연말 기준), 2021년 1.3%, 2022년 1.6%, 2023년에는 3.45%의 DI동일의 지분을 보유하다가 2024년 들어 4.73%까지 확대했습니다. 올해 약 0.64%를 처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DI동일의 실적은 최근 하락하고 있습니다. 2022년 8299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나 2023년과 2024년 각각 6829억원, 651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48억원에서 78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2022년만 해도 주가수익비율(PER)은 7.31에 불과했으나 2023년과 2024년에는 240, 804로 급등했습니다. PER은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로 보통 향후 성장가치에 대한 기대가 높으면 PER이 높게 나타납니다. DI동일의 경우 순이익이 극도로 낮아지면서 이 수치가 올라간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적과 달리 주가는 올랐습니다. 2020년 11월6일 7344원의 최저가를 찍은 뒤 주가조작 발표가 나기 직전인 9월22일까지 점진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렸습니다.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주가조작 세력은 지난해 초부터 약 1년 9개월간 조직적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습니다. 2024년 1월 2일부터 이 사태가 알려진 직전인 이달 22일까지 30.93% 올랐습니다. 특히 작년 1월2일부터 최고점을 찍었던 12월 27일까지(5만500원) 상승률은 80.41%에 달합니다.
 
최근 1년 증권가에서는 DI동일 기업 분석 리포트를 6건 발간하는 등 회사의 성장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A 증권사 등은 DI동일의 알루미늄박 실적 개선세와 다양한 주주환원책, 보유 부동산 자산 등에 대해 조명하며 실적 개선 전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코스피·코스닥 포함)에서 인덱스와 액티브 투자 등 여러 기법을 통해 투자하는 관계로, 명확한 투자 경로와 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DI동일은 과거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경영권 분쟁이 있었고, 국민연금은 당시 소액주주 편에 서서 주주권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주가조작 처벌 1호 사례(종목)에 국민연금 투자자산이 포함되어 있다면 투자 배경과 손익에 대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투자자산이 주가조작에 연루됐다고 해서 손실률 등을 밝히기에는 연금 자체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국민연금 투자 시스템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면, 국민연금도 선의의 피해자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주가조작 사건은 국민적 관심 사안으로, 만약 주가 조작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면 피해 회복을 위한 조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개별 종목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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