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방송·미디어·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출범이 본격화되면서 유료방송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유료방송 규제 및 인허가 주체가 한 기관으로 일원화되면서 정책 집행의 효율성과 일관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는 가운데, OTT 규제 공백이 여전한 점, 조직개편 과정에서 행정 공백이 생길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4일 '방미통위 설치·운영법'을 여당인 민주당의 주도로 의결했습니다. 법안은 재석 15명 가운데 찬성 11명, 반대 4명으로 가결된 가운데 25일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는데요. 다만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정부조직법 △방미통위법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등 4개 쟁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민주당이 일방통행식으로 통과시키려는 부분에 함께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는데요.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나면 표결로 종결할 수 있어 방미통위법은 이르면 정부조직법 통과 이후인 27일 처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법안이 국회를 통과·시행되면 현행 방송통신위원회는 폐지되고 방미통위가 신설됩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미통위 출범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유료방송 정책 기능의 일원화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존에 맡아온 인터넷(IP)TV·케이블TV 인(재)허가 업무가 방미통위로 이관되면서 지상파·종편·보도 채널과 함께 한 기관에서 통합 관리가 가능해지는데요. 업계에서는 이중 규제 해소, 정책 집행의 일관성 강화 등을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IPTV·케이블TV 사업자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를 동시에 거쳐야 하는 구조 탓에 편성 변경 과정 등에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며 규제 철폐를 주장해왔습니다.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방송 영역은 한 부처에서 다루는 것이 맞다"며 "일원화된 틀에서 규제와 개선 과제가 풀려야 향후 법안 마련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미통위 출범으로 규제·진흥 업무가 정상화되고 정책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방미통위 출범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뚜렷합니다. 우선 OTT 규제·진흥 방안이 최종 법안에서 빠진 점이 문제점으로 꼽히는데요. OTT를 둘러싼 과기정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앞선 최종 법안에서는 관련 조항이 제외됐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은 요금제·편성 등 다양한 규제를 받지만 OTT에는 동일한 제약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OTT 관련 기능이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미지=챗GPT 생성)
조직 개편에 따른 행정 공백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담당 부처와 인력이 대거 이동하면서 인(재)허가 심사 지연, 정책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인데요.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홈쇼핑 분쟁 조정이나 대가 산정 등 업무가 한 기관에 집중될 경우 처리 정체가 심화될 수 있다"며 "방미통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방통위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직과 인력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정책 혼선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특히 위원장이 임명되기 전까지는 인사 공백으로 내부 업무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방미통위가 출범하더라도 기존 규제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 업계의 불만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은 여전히 OTT 대비 재허가 등 과도한 규제에 묶여 있다"며 "지금 업계가 가장 시급하게 원하는 것은 '누가 규제하느냐'보다 규제 혁파의 정도와 속도"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