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윤석열정부 당시 의료대란으로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영향력이 이재명정부 들어서 확연히 줄어든 모양새입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과정에선 의협 추천 몫이 사라졌고, 문신사법 통과 과정에선 별다른 입김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의협 입장에선 성분명 처방 저지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법안심사제1소위는 지난달 22일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개정안 핵심은 전공의 최대 연속 근무 시간을 기존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입니다. 다만 응급 상황 시 최대 4시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담겼습니다.
의협은 개정안이 의결되자 성명을 내고 "전공의 수정 대안은 오히려 수련환경 개선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과정에서 의협 입장이 반영될 여지는 적습니다.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와 개선은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담당입니다. 위원회는 전공의단체 추천 몫 4명과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추천 몫 각각 4명으로 구성됩니다. 의사단체 중 유일 법정단체인 의협 추천 몫은 1명에서 0명으로 줄었습니다.
문신사법 통과도 의협의 좁아진 입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비의료인도 국가시험을 통해 면허를 취득하면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문신사법은 박주민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법으로 지난달 25일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의협은 문신사법 통과 직후 입장문을 내고 "문신사법안은 의사의 면밀한 의학적 판단과 관리·감독을 배제하는 등 안전관리 체계를 충분히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의료인의 시술을 합법적으로 인정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의협은 하위법령 제정 과정을 공략해 문신사법에 부정적인 의견을 관철시킬 방침입니다. 입장문에서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한 구체적이고 철저한 제도적 안전장치들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수급불안정 의약품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 발의는 의협을 한층 더 궁지로 몰 수 있습니다. 성분명 처방은 의약품 이름으로 처방하는 대신 동일 성분이면 어떤 제품이든 조제하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도중 약 8분가량 입장을 내고 "성분명 처방은 의사의 전문적 진료행위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임상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며 "경제논리만으로 국민건강을 도박판에 올리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의협 상임이사진의 성분명 처방 저지는 당분간 이어질 예정입니다. 의협 관계자는 "오는 17일까지 상임이사진의 릴레이 1인 시위가 배정됐다"며 "상황에 따라 시위가 길어지거나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