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웰컴저축은행이 원화(KRW)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OK저축은행 지주회사 OK홀딩스에 이어 저축은행업권에서 두 번째 상표 출원입니다. 업계 2·3위 저축은행이 선제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상표 출원 경쟁을 주도하면서 다른 저축은행들도 흐름에 탑승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디지털 종합 금융' 비전 일환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13일 특허청 지식재산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KIPRIS)에 'KRWC', 'W-COIN', 'W-WON' 등 스테이블코인 상표 5건을 출원했습니다.
상표 출원 대리인은 특허 법인 광장리앤고가 맡았습니다. 지정 상품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전자자금이체업 △사이버머니 발행업 △스테이블코인 전자이체업 △스테이블코인 금융거래업 등이 포함됐습니다. 코인 발행과 활용을 염두에 둔 사업 확장의 전초 단계로 풀이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상표 출원을 계기로 손종주 웰컴금융그룹 회장이 내세운 ‘디지털 종합 금융’ 전략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완성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됩니다. 달러나 원화 등 실물자산에 연동돼 가치 변동성이 낮은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전자지급결제(PG) 시스템과 접목할 경우,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디지털금융 모델로 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웰컴저축은행은 정보통신(IT)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며 디지털금융 역량을 강화해 온 저축은행으로 손꼽힙니다. 2018년 업계 최초로 모바일 뱅킹 앱 '웰컴디지털뱅크(웰뱅)'를 출시하며 디지털금융 시대를 열었고, 2021년에 업권에서 유일하게 본인신용정보관립(마이데이터) 인가를 받아 이듬해인 2022년 '웰컴마이데이터'를 선보였습니다. 해당 서비스는 개인 맞춤형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산 프레임워크 '웰코어'를 통해 그룹 내 고객 정보와 거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있습니다. 웰코어는 여·수신, 심사 등 금융사의 핵심 백오피스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내부 전산 시스템으로,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캐피탈과 대부업체 등 중소형 금융사를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자 전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웰컴금융그룹은 스테이블코인 기반 지급결제 체계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한 셈입니다.
웰컴금융그룹의 IT 금융결제 자회사 웰컴페이먼츠는 선불형 간편결제 서비스 '웰컴페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불전자지급 수단인 웰컴머니를 충전·환전하고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급결제 네트워크입니다. 오픈 API(Open API)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인프라를 제공하는 결제·투자 연계 핀테크 플랫폼 웰컴핀테크도 있습니다. Open API란 플랫폼 기능·콘텐츠를 다른 이가 이용할 수 있도록 외부에 공개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로, 웰컴핀테크는 디지털전환 표준 인터페이스인 레스트풀 API(RESTful API)를 채택해 안정적인 가장계좌 기반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페이전쟁'에서 '코인전쟁'으로
이번 웰컴저축은행의 스테이블코인 상표 출원은 지난 8월1일 OK저축은행을 주요 자회사로 둔 OK홀딩스의 출원 이후 약 두 달 만입니다. 웰컴저축은행은 OK저축은행이 업권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상표를 출원하자 내부적으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스터디를 하며 사업성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간 카드업권을 제외하고 저축은행, 캐피탈 등 국내 2금융권에선 코인 관련 상표 출원 움직임이 잠잠했었는데요. OK저축은행이 상표 출원 경쟁에 신호탄을 쏘아 올리자 경쟁사인 웰컴저축은행도 이러한 흐름에 가세한 것으로 보입니다. OK저축은행이 비은행권의 가상자산 기반 결제 생태계 구축 가능성을 시사했다면, 웰컴저축은행은 실질적인 사업화를 향한 첫 걸음을 뗀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번 움직임은 2년여 전 페이 경쟁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페이 시장에서 패권 경쟁을 벌였던 두 저축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으로 무대를 옮겨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2022년 금융결제망을 활용한 지급결제 서비스가 각광을 받았습니다. OK금융의 OK페이, 웰컴금융의 웰컴페이를 비롯해 상상인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등이 앞다퉈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으며 저축은행업권에 페이 경쟁이 확산됐습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계를 리드하는 회사들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신사업에 경쟁 의식이 있다"며 "OK와 웰컴이 페이에 이어 스테이블코인에도 선제적으로 도전하면서 저축은행업권 전반적으로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권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는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국내 2금융권의 디지털 경쟁 구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OK금융과 웰컴금융이 다시 맞붙은 이번 2차전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 혁신의 분수령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상상인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갖춘 저축은행들이 추가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