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CVN-73)'이 5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내년 8월 진행될 하반기 연합연습 을지자유의방패(UFS)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회복 절차 중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지난 4일 열린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회복에 속도를 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알려지면서 나온 관측입니다.
국방부는 5일까지 SCM 협의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미 정상 간 합의와 정부 간 관세와 안보 분야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공개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식통에 따르면 전날 SCM에서는 전작권 회복과 관련한 논의는 이견 없이 공감을 이뤘다고 전해집니다.
앞서 안 장관은 SCM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과 견고한 연합방위태세를 확인했다"며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안보 환경과 미래에 대응하고 미래 지향적이고 호혜적인 협력 방안 도출을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습니다.
헤그세스 장관 역시 "한·미 국방 수뇌부 간의 이견은 없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이 예상 못 한 범위까지 많은 논의를 했는데 이것이 공동성명에 충실 반영돼야 했다"며 "조인트 팩트시트가 조속히 마무리되면 이를 토대로 공동성명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헤그세스 장관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 방어는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임기 내 전작권 회복 추진을 "훌륭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통령실을 예방한 헤그세스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임기 내 전작권 조기 회복은 한·미 동맹이 한 단계 더 심화되고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 군의 역량이 크게 강화돼 한반도 방어를 한국이 주도하게 되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방위 부담도 경감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 대통령은 헤그세스 장관에게 '한·미 동맹이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심화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해 달라는 당부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조인트 팩트시트 공개 이후 발표된 SCM 공동성명에는 구체적인 전작권 회복 일정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미 장병들이 지난 8월 진행된 한·미연합연습 '을지자유의방패(USF)' 기간 중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현재 한·미 군 당국은 전작권 회복 이후 전작권을 행사할 미래연합사령부의 운용능력 3단계 검증 작업 중 1단계인 최초작전운용능력(IOC) 검증을 지난 2019년 마치고 2단계인 FOC 검증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IOC 검증 완료 이후 발생한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미국이 FOC 검증에 속도를 내지 않은 데다, 윤석열정부가 전작권 회복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번 SCM에서 안 장관과 헤그세스 장관이 이재명정부가 임기 중 실현을 목표로 내건 전작권 회복을 실현하기 위해 내년까지 FOC 검증을 마무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년째 추진 동력을 잃었던 전작권 회복 작업이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FOC 검증이 내년에 완료되면 한·미 국방 당국은 전작권 회복 시기를 특정해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곧바로 마지막 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에 돌입하게 됩니다. 속도감 있게 FMC 검증작업을 하게 된다면 이재명정부 임기 내 전작권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미가 전작권 회복에 속도를 내면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전작권 회복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이어지는 '동맹 현대화' 과정에서 한반도 안보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