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확장현실(XR) 헤드셋, 가상현실(VR) 기기 등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인 올레도스(OLEDoS)를 두고 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전자 기업들이 XR 시장에 재도전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생산능력(캐파)을 확충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업체들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련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AWE USA 2025’에서 전시한 고해상도(5000PPI), 고휘도(2만니트) 등 최신 올레도스 제품 모습. (사진=삼성디스플레이)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자 기업들이 잇달아 XR 헤드셋을 출시하면서 관련 시장은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북미와 한국에 출시한 ‘갤럭시 XR’의 판매 국가를 내년부터 유럽, 캐나다 등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애플 역시 신형 칩쳇을 탑재하고 디스플레이 렌더링 등을 개선한 신형 X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최근 출시했습니다.
이에 XR 기기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인 올레도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올레도스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증착한 초소형 디스플레이입니다. 마이크로미터 수준 픽셀을 구현하기 때문에 AR, VR 기기 등에서 요구하는 정밀한 화질 구현이 가능합니다. 기존 유리기판 OLED보다 무게도 가벼워 XR 기기의 경량화도 이룰 수 있습니다.
이에 올레도스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VR·MR 기기 출하량은 2030년까지 1440만대로 늘어나면서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올레도스 채택률은 2030년 58%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올레도스 생산 업체들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하고, XR 생산단가 인하로 이어져 XR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현재 올레도스 시장은 일본 소니가 독주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이 추격하는 양상입니다. 소니는 애플 비전프로에 올레도스를 전량 공급했고, 중국 시야는 DJI에 FHD급 올레도스를 납품한 바 있습니다. 또 중국 BMOT는 이르면 내년부터 메타의 XR 헤드셋 ‘퀘스트’ 시리즈에 올레도스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8월 열린 ‘K-디스플레이 2025’ 산업전시회에서 관람객이 삼성디스플레이 부스의 올레도스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이명신 기자)
특히 중국 업체들은 쓰촨성, 허페이 등 지방 정부들의 보조금 정책을 통해 생산 라인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드텍의 경우, 쓰촨성 정부로부터 1억5000만위안(약 305억원) 규모의 투자 지원을 받아 쓰촨성 난충시에 3번째 올레도스 생산 거점을 올해 말까지 구축할 계획입니다.
한국도 추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XR 일부에 올레도스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8월 열린 ‘K-디스플레이 2025’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는 컬러 필터 없이 RGB 발광층을 직접 발광하는 방식인 RGB 올레도스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디스플레이 위크 2024’에서 업계 최초로 1.3인치 스마트워치용 올레도스 시제품과 VR용 올레도스 신기술을 공개하는 등 관련 기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본 후 양산 경험을 늘리겠다는 평가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올레도스는 관련 제품이 출시되면 출시 초기 출하량이 늘어났다가 이후 줄어드는 형태”라며 “아직은 시장이 형성됐다고 보기엔 이르고, 고객사 제품 양산 등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레도스는 기술 성숙도나 투자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중국 업체들이 올레도스를 비롯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캐파를 키워 나가고 있고, XR 기기 시장 확장세도 더 빨라질 수 있어서 한국 업체들도 개발을 서두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