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리 맛집'으로 불리던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의 신용대출 금리가 최근 시중은행을 넘어섰습니다. 인뱅은 지점이 없고 비대면으로 운영하는 특성상 인건비 등 운영비가 절약되는 구조임에도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대면이 금리 싸다'는 인식 깨져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토스뱅크의 신용대출 금리는 4.67~11.16%입니다. 케이뱅크는 4.61~8.31%,
카카오뱅크(323410)는 4.41~7.21%입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4.31~5.31%로 가장 높고, 농협은행 4.05~5.05%, 하나은행 4.31~4.91%, KB국민은행 3.86~4.86%로 뒤를 이었습니다.
마이너스통장(마통) 신용대출 금리 격차도 두드러집니다. 이날 케이뱅크 마통 금리는 5.29~8.67%, 토스뱅크 5.05~7.12%, 카카오뱅크 4.98~9.80%였습니다. 반면 하나은행 4.81~5.41%, 신한은행 4.81~5.81%, 국민은행 3.86~4.86% 수준입니다. 인뱅이 시중은행보다 금리 하단 기준으로 1%p 이상, 상단 기준으로는 4%p 이상 높습니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인뱅은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를 기존 3.50%에서 2.50%까지 1.0%p 인하했으나, 인뱅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올해 들어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지난 1월 기준 케이뱅크 4.94%, 카카오뱅크 4.88%, 토스뱅크 5.64%였으나 9월에는 각각 5.62%, 4.37%, 5.71%로 나타났습니다. 카카오뱅크가 소폭 인하했을 뿐 나머지 은행은 모두 금리가 0.7%p, 0.07%p가량 올랐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은 모두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농협은행은 5.35%에서 4.72%로, 신한은행은 5.23%에서 5.10%로, 우리은행은 6.15%에서 4.72%로, 하나은행은 5.01%에서 4.68%로, 국민은행은 4.86%에서 4.48%로 낮췄습니다.
인터넷은행은 모바일·온라인으로만 이뤄지는 비대면 영업을 기반으로 운영합니다. 일반적인 은행들과 달리 오프라인 영업을 위한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 지출이 없기 때문에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 경쟁력 측면에서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인뱅들은 중금리 대출로 인해 금리 상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문제는 금리 하단도 인뱅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대면 업무 특성상 소비자들이 '인뱅은 금리가 싸다'고 인식했던 것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금리 경쟁력이 점차 약화하는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저신용자 규제, 고금리 구조 만들어
인뱅들은 대출 금리가 올라간 데는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라는 의무 구조와 연체율 상승에 따른 리스크 관리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합니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맞춰야 하는 구조 자체가 신용대출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입니다. 인뱅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을 일정 비중 이상 취급해야 합니다. 이 비중은 인뱅에서 취급하는 전체 신용대출 중 30%를 상회합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뱅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고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신용자 금리를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하는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담보대출 비중이 매우 작은 점도 고금리 구조를 만든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한 인뱅 관계자는 "영업점 기반이 아니다 보니 담보대출 취급 여력이 크지 않고, 신용대출 중심 구조가 리스크를 높인다"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 산정 구조가 다를 수밖에 없어 보수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인뱅들은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권 전반의 대출 문턱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수요가 인뱅 비상금대출·마통으로 몰린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 대출이 틀어막히면서 손쉽게 급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인뱅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대출 금리는 오르고 연체율도 상승하면서 인뱅의 건전성 관리 부담은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여기에 중·저신용자 의무 비중과 비대면 중심의 대출 구조 등은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금리 맛집'으로 불리던 인뱅의 신용대출 금리가 최근 시중은행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지점이 없고 비대면으로 운영하는 점 등을 이유로 인뱅 대출금리가 더 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금리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인뱅 3사 로고. (사진=각 행)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