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이라더니…무용지물 된 예적금 중개·대환대출

입력 : 2025-11-26 오후 1:32:34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사 간 금리 등 가격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 이자 혜택을 주겠다는 목표로 출범한 혁신 금융서비스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금리 개입에 따른 부작용으로, 최종적으로 소비자 선택권마저 제한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가격경쟁 유도' 이젠 옛말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혁신금융 서비스' 일환으로 내놓은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가 2년 반이 다 되도록 구색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카카오페이(377300)와 네이버페이, 토스, 신한은행 등 4곳입니다.
 
그마저도 금융감독원 금리 공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적금 금리를 나열해 보여주는 곳에 그칩니다.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금융사 간 예적금 금리를 조회한 다음 해당 금융사로 이동하지 않고 바로 가입할 수 있는 형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네이버페이에서는 하나은행과 IM뱅크(옛 대구은행), 지방은행의 일부 예적금 상품을 바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 서비스에는 일부 저축은행만 입점해있고 카카오페이와 토스에서는 예적금 금리 비교조회만 할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과 일부 지역은행 중심으로 예금중개 플랫폼에 입점해 있는데, 저축은행 수신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간 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 제공처로 주목받은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은행권을 밑돌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 소속 시중은행 17곳의 정기예금(12개월 단리) 최고 우대금리 평균은 전일 기준 약 2.75%였습니다. 같은 날 저축은행 79곳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71%였습니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은행권보다 0.04%p 낮은 상황입니다. 저축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영업 확대가 어려운 만큼, 연말까지 예금을 유치할 여력이 부족해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은행은 제휴 협상 테이블에도 앉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은행 입장에서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는 통로를 굳이 열어줄 필요가 없는 데다 현재로선 고객 모집에 대한 위기감도 크지 않은 탓입니다. 점유율 확보가 시급한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이 비교적 의지를 보이고 제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플랫폼 기업에 중개수수료를 내거나 고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입점에 미온적인 분위기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인 만큼 예금 비교·추천 서비스에 참여할 유인이 적어졌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증시 활황 등의 영향으로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고객들이 알아서 잘 알아보고 가입하러 오는 상황 속에서 수수료를 제공해가면서까지 예금중개 플랫폼에 입점해야 할 이유를 못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가 화두가 되면서 금리 등 가격 경쟁을 펼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금리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출 갈아타기 사실상 불가
 
금융당국이 서민의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개시했던 대환대출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5월 대환대출 서비스를 개시하며 그 성과를 대통령에게 칭찬받기도 했습니다.
 
대환대출을 둘러싼 논란은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시작됐습니다.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에서 과거 담보인정비율(LTV) 70% 기준을 꽉 채워 주담대를 받은 차주는 LTV가 40%로 강화되면서 대출을 갈아타려면 집값의 30%를 일시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대환대출이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뒤늦게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금융위는 결국 “증액 없는 대환대출에는 주담대를 취급한 시점의 LTV를 적용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으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금융당국은 6·27 부동산 대책 때도 수도권 생활 안정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며 대환대출에도 같은 한도를 적용했었습니다. 실수요자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달 증액 없는 대환대출의 한도를 풀었습니다.  당국은 대환대출을 정상화했다고 밝혔지만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일반 대출보다 대환 금리를 더 높이거나 수익성 낮은 부동산은 취급을 중단하는 등 운영에 소극적입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부터 다른 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상품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하나은행도 올해 실행분에 대해 25일부터 대면 대환대출을 막았고, 비대면 전세대출도 정부 규제를 전산에 반영하기 위해 중단했습니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다른 은행 역시 가계대출 잔액을 늘리는 대환을 차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가계대출 관리가 화두가 된 상황에서 이전처럼 고객을 빼앗고 빼앗기지 않기 위한 금리 경쟁은 펼쳐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격 경쟁을 유도해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금융사별 고유 영역에서 생산적 금융 전환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는 금융사들이 시장금리 흐름을 금리 산정에 충실히 반영하는지 등을 중심으로 점검할 계획입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막힌 대출 규제를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면서도 불투명한 가산금리 산정 체계는 여전히 손 대지 않고 있다"며 "대환대출 등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도 무력화시킨다면 소비자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환대출 서비스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시내 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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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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