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삼정펄프(009770)가 평택 공장 가동을 잠정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수입산 원지가 국내에 침투하면서 적자가 발생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인데요. 삼정펄프 노동조합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일 제지업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삼정펄프는 올해 연말까지 평택 공장을 가동한 뒤 잠정 중단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삼정펄프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삼정펄프는 화장지 원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할 예정입니다. 이후 일부 완제품 생산라인만 가동하거나 물류 창고로 평택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평택 공장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삼정펄프 평택 공장이 문을 닫는다고 들었다. 지금 화장지 제조업체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지 마진율이 너무 낮아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원지는 경쟁력이 없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화장지 제조업체는 인도네시아산, 중국산 원지 유입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게다가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한 하청업체 대표는 "삼정펄프 평택 공장에 불이 났는데 이를 복구하려니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가공을 해도 단가 맞추기가 어려워서 이참에 폐업을 한다고 들었다"며 "국내 인건비가 너무 비싸서 단가 맞추기가 어려워서 제일 큰 공장인 평택 공장을 닫고 반제품을 수입해서 우리 같은 업체에 팔겠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회사는 그래도 매출을 줄여서라도 영업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근로자들"이라며 "평택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문제다. 평택에서 일하던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려가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노조에서도 반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정펄프는 평택, 천안, 함안 등 총 3곳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택 공장이 잠정적으로 문을 닫으면 노동자들은 다른 공장인 천안 공장, 함안 공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본사 측에서는 현재 평택 공장 노동자 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평택 공장은 매출이 가장 큰 공장이나 올 들어 3개 분기 누적 3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현재 평택 공장에서는 화장지 원지와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천안과 함안 공장에서는 화장지 원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삼정펄프의 매출액은 38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4.1% 줄었습니다. 영업익은 적자 전환해 2억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평택 공장의 연간 화장지 원지 생산실적은 2만2902톤, 화장지 완제품 생산실적은 1억1444만356개입니다. 원지의 경우 삼정펄프 전체 원지 생산량에서 평택 공장 생산량의 비중이 34.8%에 달합니다. 평택공장 원지부문의 평균 가동률은 83.1%, 완제품부문 평균 가동률은 36.29%입니다.
평택 공장에 대해 삼정펄프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완전한 폐쇄는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내년부터 평택 공장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맞다고 확인해줬습니다.
또 다른 제지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산 원료와 인건비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원지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정펄프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지속해서 원지를 생산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편, 1974년에 설립된 삼정펄프는 화장지, 위생지, 기타 지류의 제조 및 판매 기업입니다. 주요 경쟁사와 비교하면 유한킴벌리, 깨끗한나라, 쌍용C&B, 미래생활에 이어 5번째로 매출이 높은 업체입니다. 국내 위생용지업계는 일관 가공 라인을 보유해 완제품을 공급하는 회사 5곳과 일관 가공 시설이 없는 중소형 25개 회사로 구성돼 있습니다. 삼정펄프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내수 경기 침제와 경쟁 심화, 외산 저가상품 공급 확대로 인한 위기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자연 친화적인 제품 개발, 이커머스 시장 적극적 대응, 신제품 출시 노력 등을 통해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