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이 해외투자 증가에 따른 증권사의 투자자 보호와 위험 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해외 고위험 상품 거래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를 살펴보고, 이후 자산운용사로까지 점검 범위를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점검에서 마케팅, 신용융자, 외환리스크 관리 체계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해외투자 영업 관행을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해외주식 환전과 거래 과정에서 증권사가 취하는 수수료가 국내 주식에 비해 과도하게 높지 않은지 관련 수수료 체계가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시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이 같은 현장 점검에서 조직적인 불완전판매나 내부통제 문제가 드러날 경우 검사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열어두고 있습니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전 거래일(1468.0)보다 5.5원 오른 1473.5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점검 방침에 대해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 주식 투자자들에 대한 우회적인 압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일 "해외주식 투자를 직접 규제한다는 차원이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책 당국도 '서학 개미에게 차별적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유념하고 있더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재명정부의 주요 수장들은 해외주식(대부분 미국주식) 투자가 1400원대 고환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환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주식 양도세(세율)를 얼마나 강화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여건이 된다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들은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규제 강화가 환율을 일정 수준 안정시킬 방안이라고 간주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하반기 원화 약세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4일 원달러환율은 1473.5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연중 저점이었던 6월 하순(1350원대) 대비 100원 넘게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약세가 수년간 이어진 과도한 통화(M2) 공급과 미국 트럼프정부의 관세 정책 및 대미 투자 요인, 중국 등 대외 경쟁 심화에 따른 국내 기업 경쟁력 약화, 한미 간 금리차를 꼽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장기화되며 원화 가치 회복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긴급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 국내에서는 무분별한 해외여행과 유학 증가, 소비 패턴 변화(과소비) 등을 사회문화적 배경으로 회자된 바 있습니다. 정부의 허술한 외환 관리와 재벌가의 분식회계, 그 뒤에 숨어 있는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는 슬그머니 감췄습니다.
물론 해외주식 투자 규모 확대가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의 원인 중 하나일 순 있습니다. 그러나 원달러 1500원 돌파를 눈앞에 둔 초유의 고환율 국면에서 그 원인을 해외주식 투자에서 찾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권 검찰'로 불리는 금감원이 일사분란하게 정부 방침을 거들고 나섰다는 점이 더욱 께름칙합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금융위원회 분리 및 금감원 쪼개기'가 얼마 전 무산됐지만, 금감원의 독립성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여전히 남은 불씨로 꼽히는데요. 전면 백지화를 못 박지 않은 만큼 추후 재추진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의 민간 조직인데, 정부 예산 통제가 더해진다면 감독기관의 독립성 강화는 요원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와중에 금감원이 투자 보호 대상인 서학개미들을 규제 대상으로 겨냥하는 것은, 정부 부처 종속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금감원이 연일 강조하고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가 정부 코드 맞추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점입니다.
금융감독원이 해외투자 증가에 따른 증권사의 투자자 보호와 위험 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 점검에 들어갔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