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처리량 8배’ 후사카 장착…이더리움, 점프 준비

데이터 확장 기술 업그레이드
네트워크 병목현상 해소 기대
ETH 가격상승 기반 마련 평가

입력 : 2025-12-12 오전 11:14:21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상혁 기자] 이더리움이 지난 12월4일 오전 7시(한국시간) 네트워크 데이터 처리량을 최대 8배까지 늘리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후사카(Fusaka) 업그레이드를 메인넷에 적용했습니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지난 5월 펙트라 업그레이드 이후 약 7개월 만에 진행된 대규모 업데이트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후사카가 단순 기능 개선이 아니라 ETH(이더리움) 가격의 장기 상승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후사카의 핵심은 데이터 처리량 개선입니다. 이더리움은 그동안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 가운데 ‘수요는 많지만 데이터 처리 역량이 부족한 체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이용자 증가로 인한 네트워크 병목현상이 나타날 때가 많았습니다. 이는 네트워크 거래수수료(가스비) 급등으로 이어져 이용자들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더리움 주요 업그레이드 개요. (이미지=디지털애셋)
 
블롭 데이터 분산해 저장
 
이번 후사카는 이런 병목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로 평가받습니다. 병목현상 해소의 가장 핵심기술은 피어다스(PeerDAS)입니다. 피어다스는 이더리움 노드들이 블롭(Blob) 데이터를 전부 저장하지 않고 조각으로 나눠 분산 저장하도록 해 네트워크 부담은 줄이면서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블록체인 처리량을 최대 8배까지 확장할 수 있게 만드는 데이터 가용성 확장 기술입니다. 레이어2란 블록체인의 기본이 되는 메인넷의 거래 처리 속도 향상 등을 돕는 보조 블록체인을 뜻하고, 블롭은 이더리움 네트워크 이용 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용량 전용 데이터 저장 공간을 뜻합니다.
 
후사카 이전에는 블롭 데이터를 모든 노드가 전부 저장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후사카 이후에는 일부 데이터만 저장해도 전체 데이터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백대현 이더리움 재단 개발자는 이와 관련 “데이터 처리 유효성이 개선된다는 건 이제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서 더 많은 거래가 처리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고질적 문제로 거론됐던 네트워크 병목현상이 해소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네트워크 확장도 가속화
 
여기에 BPO 포크가 더해지면서 네트워크 확장 속도 역시 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BPO 포크는 블롭 개수 등 네트워크 용량 설정값을 빠르게 조정하기 위해 다른 기능 변경 없이 블롭 파라미터만 바꾸는 경량 하드포크를 뜻합니다. 하드포크는 기존 블록체인에서 독립해 새로운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기술적 절차입니다. 2025년 12월과 2026년 1월에 걸쳐 블록당 블롭 타깃은 기존 6개에서 14개까지 단계적으로 늘어납니다. 블록당 블롭 타깃이 안정적으로 늘어나면,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데이터 처리량은 초당 800~1000건 수준까지 올라갈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처리량 개선이 이더리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데이터 처리량이 증가하면 가스비(수수료) 수익이 늘어나, 그 결과 이더리움이 대량 소각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더리움 유통량 감소로 이어져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이게 됩니다.
 
UX 개선…패스키 적용도
 
이번 후사카에는 블롭 수수료 시장의 비정상적 구조를 바로잡는 이더리움개선제안(EIP)-7918도 포함됐습니다. 그동안 블롭 수수료는 무료에 가까운 수준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네트워크 수요가 증가해도 수수료 조정이 유의미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후사카 이후에는 블롭 수수료 하한선이 설정되면서 거래가 늘어날수록 블롭 수수료와 소각량도 정상적으로 함께 늘어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거래가 늘어도 이더리움 가격에 반영이 잘 안 되는 구조였다면, 후사카 이후에는 네트워크 사용량 증가가 이더리움 공급 감소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용자경험(UX) 개선도 가격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소입니다. 후사카 이후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트랜잭션 사전 확정 구조를 적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용자는 블록 생성 전에 트랜잭션 확정을 미리 예측하고 빠르게 행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이더리움 메인넷에서도 온체인 결제, 실시간 게임, 탈중앙 트레이딩처럼 재빠른 행동이 요구되는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패스키(Pass Key) 기반 지갑이 메인넷에 적용되는 것도 중요한 변화로 꼽힙니다. 패스키는 지문과 같은 기기 내 하드웨어 보안을 이용해 비밀번호 없이 인증하는 로그인 방식입니다. 기존 이더리움 메인넷에서는 이용자가 복잡한 암호로 구성된 니모닉을 직접 적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후사카 이후에는 이용자들이 패스키를 통해 이더리움 메인넷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이더리움 소각 및 메인넷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차세대 보안 등 과제는 여전
 
이처럼 후사카 업그레이드는 여러 면에서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이더리움 가격 상승에 도움을 주는 구조로 개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후사카가 안정적으로 적용된다면, 미국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및 기관자금 유입 등과는 관계없이 이더리움 가격이 구조적으로 오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후사카 이후에도 이더리움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습니다. 후사카로 블롭 처리량 확장을 위한 기술적 기반은 마련했지만, 실제 블롭 개수 증가는 네트워크 안정성 추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초당 데이터 처리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렵습니다. 또 블롭이 많아질수록 실행 레이어 멤풀과 네트워크 병목이 새롭게 발생할 수 있어 효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데이터 처리량이 대폭 늘어나는 데엔 한계가 있습니다. 멤풀은 블록에 포함되기 위해 대기 중인 데이터들이 잠시 모여 있는 대기 공간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후사카에는 양자저항과 같은 차세대 보안 기술이 포함되지 않아 장기적인 보안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추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송창석 블롭 웹3 디렉터는 “이더리움은 후사카를 통해 더 이상 느린 블록체인이 아니라 대규모 금융 및 결제 트래픽을 흡수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향후 후사카 주요 내용이 네트워크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시장이 변화를 본격적으로 인식하는 순간 이더리움 가격 상승 압력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박상혁 기자 seminomad@digitalasse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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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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