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DL, 원료가 합의…여천NCC 구조조정 곧 윤곽

장기 표류하던 공급가 협상 ‘타결’
출자전환 완료…재편안 제출 임박

입력 : 2025-12-12 오후 8:25:25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여천NCC가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과의 에틸렌 원료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구조조정 논의가 사실상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정부와 채권단이 제시한 사업 재편의 핵심 조건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원료 공급계약 문제가 해소되면서, 여천NCC는 조만간 최종 사업 재편안을 확정해 제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천NCC 전남 여수 3공장. (사진=여천NCC)
 
DL케미칼은 여천NCC 이사회에서 장기 원료 공급계약안이 의결됐다고 12일 밝혔습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2월 31일까지며, 가격 조건은 국제 시장지표 및 원가 기반 포뮬라 적용입니다. 대상은 △에틸렌 △프로필렌 등 NCC 주요 원료입니다. 
 
외부 컨설팅 결과를 통한 이번 계약 체결은 현실을 반영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게 DL케미칼 측의 입장입니다. 또 "여천NCC의 주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끝까지 다할 것”이라며 "변경된 계약에 맞춰 변화하는 공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운스트림 비즈니스의 경쟁력 강화를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천NCC는 그동안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 각각 연간 140만톤, 73만5000톤 규모의 에틸렌을 공급해왔습니다. 그러나 한화솔루션이 DL케미칼에 공급되는 원료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격 재협상에 돌입했고,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지난해부터 공급 차질이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천NCC의 생산과 수익성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정부가 석유화학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러한 갈등은 여천NCC의 사업 재편 논의를 지연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해왔습니다. 정부와 채권단은 여천NCC에 사업 재편안 제출을 요구하며 △3공장 감축 방안 △3000억원 규모 출자 전환 △한화·DL과의 원료 공급계약 재체결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해왔습니다. 원료 가격이 확정돼야 향후 매출과 손익을 산출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설비 감축과 출자 전환은 이미 상당 부분 이행된 상태입니다. 여천NCC는 지난 8월 연간 에틸렌 생산량 약 47만톤 규모의 제3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해당 공장 인력 160명을 일근제로 전환해 설비를 보존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1500억원씩 출자 전환에 나섰습니다. 
 
사업 재편안 제출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절차인 원료 공급계약 재체결을 남기고 구조조정안 제출 기한이 임박하면서 양측 모두 전향적인 태도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부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원료 공급가격에 합의하면서, 여천NCC는 그동안 멈춰 있던 사업 재편 논의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르면 다음 주 구체적인 사업 재편안을 마련해 채권단에 제출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생산 설비 조정과 관련해서는 제3공장 폐쇄가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장기간 가동을 멈춰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1공장이나 2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수요 상황에 따라 3공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시나리오도 언급됩니다. 여천NCC의 구조조정 윤곽이 드러날 경우, 마지막 산단인 울산에서도 구조조정 논의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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