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대변인

입력 : 2025-12-17 오전 6:00:00
"엄중하고 중요한 시기임을 잘 알기에, 이 자리에 선다는 게 굉장히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국방부와 언론 그리고 국민을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군이 신뢰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기대와 염려를 잘 경청하고 유념해서 진솔하게 소통해 나가겠습니다."
 
'30대' '여성' '언론인' 출신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지난 15일 임명된 정빛나 새 국방부 대변인이 16일 첫 정례 브리핑에서 한 모두발언이다.
 
대변인은 조직이나 기관을 대표해 공식 입장을 대외적으로 전달하는 핵심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다. 언론 대응, 정책·의사결정 설명, 위기 상황에서의 메시지 관리가 주된 역할이다. 단순 전달을 넘어 여론을 분석하고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전략적 메시지 설계자이자 이해관계자 간 조정자 기능도 수행한다. 조직의 신뢰도와 리더십 이미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변인 자리에 젊은 여성 기용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그는 20대의 나이에 대변인에 발탁돼 주목받았다. 공격적이지만 명확한 메시지, 소셜미디어 중심의 즉각적 반박과 의제 설정 능력으로 전통적 브리핑 문법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북유럽 국가 정부에서도 젊은 여성 대변인이 전문성과 디지털 친화적 소통을 바탕으로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정부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적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정부 부처와 대통령실 등에서 30~40대 여성 인사를 대변인·부대변인, 공보 담당 요직에 기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나이나 성별보다는 메시지 장악력·디지털 대응력·직설적 설명 능력이 공공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표준이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인사 다양성을 넘어, 정부 소통 방식의 세대 전환을 보여주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정 대변인의 임명은 이런 시대적 흐름의 방증이다. 국가안보, 그 중에서도 군사적 분야를 다루는 국방부 대변인에 50대 군 출신 인사가 아닌 30대 여성은 파격적이다.
 
국방부 안팎에서는 정 대변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12·3 내란 이후 국방부가 단행한 인사 중 가장 파격이고 신선하다는 평가가 앞선다. 그동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의지'까지 의심 받아온 국방부의 '내란 청산' 작업에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정 대변인 취임과 국방특별수사본부 발족 등에 맞춰 국방부가 기존에 주 3회 실시하던 정례 브리핑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내란 청산 과정을 소상히 설명해 국민적 우려를 불식하고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젊은' '여성'이 신선하고 파격적이긴 하지만 각종 군사적 현안에 대한 이해나 정보 장악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다. 다만 이 같은 우려는 추정에 불과하다. 2년여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국방부 출입기자 시절 '정빛나 기자'의 최대 장점은 탁월한 취재력과 친화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젊은'도, '여성'도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당시 그와 함께 일해봤던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런 우려가 기우였다는 건 그가 실력으로 증명해 보여야 할 일이다.
 
정 대변인이 취임 첫날 기자들과 만나 한 이야기를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보나 왜곡 뉴스가 너무 많아서 언론 역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정확한 보도를 하실수 있게 가교 역할을 하겠다'라는 발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주까지 기자였던 정 새 대변인이 언론 보도를 오보나 왜곡 뉴스로 표현한 것에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오보나 왜곡 보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신이 잘 소통하고 설명하겠다는 의미였지만 대변인으로서 표현 방식에도 신경을 썼어야 했다. 이 부분 역시 '신인' 대변인이 앞으로 가다듬어 가야 할 과제다.
 
모쪼록 국방부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등장한 정 대변인이 '젊은' '여성'이라는 화제성보다는 '성공한' 대변인으로 기록되길 기대한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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